오늘의 노트
어제 마감을 일찍 치고, 오늘 마음 편하게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니까 마음이 좋다!
여유는 소중해. 여유가 있어야 지금이 과거와 또 미래와 연결된다. 마치 전도체 같은 것. 잠도 여유도 부족하면 부도체가 된다. 나는 현재에 갇힌다. 잠시 갇혀 있다가 다시 나오려고 노력 중!
여행시리즈 두번째 올림!
학부 졸업하기 직전에 캠퍼스 들렀던 날에.
이미 예전에 다 만져놓은 사진인데, 이걸 그냥 익스포트만 해서 올려도 되는 건데. 미루고 미루고~ 미루는 건 습관이 되고~
하지만 오늘은 올렸다!
https://leejieun.net/portfolio/2012-my-alma-mater-cau/
잘했다! 나 잘했다!
왜 올렸냐면, 새 여행 계획을 짜고 있어서.
인상사진을 1년동안 계속 했더니, 한국인의 얼굴에 질린 것 같다.
덧붙여 다르게 움직이고 표정짓고 몸을 쓰면 수영장 할머니들이 뭐라고 한다. 그렇게 동조되라는 압박에 내 압력솥이 부글부글. 늘 비슷한 냄새, 동네를 구분할 수 없이 비슷한 풍경, 한강 아니면 회색, 회색 회색! 지겨워. 그나마 나를 건져주는 건 남산의 풍경과 그 위를 훑어내는 햇빛! 아름다운 햇빛의 조각들! 그림자의 움직임! 그리고 새들. 새. 공기저항을 갖고 노는 아이들.
내가 무언가가 엄청 답답했던 모양이다. 사람들을 보고싶다. 다른 냄새를 맡고 다른 무게의 공기를 마시고, 낮고 높은 건물의 모습이 만드는 다른 그림자를 바라보고. 이 버스 저 기차를 오가며 다양하게 사는 여러 환경의 사람들을 스쳐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꾹 참고 있다가 어제 인도인 친구들 모임에서 투덜댔다. 밤에 방콕행 편도를 끊었다. 방콕에서 시작해 호주로 가든가, 유럽대륙으로 가든가 생각했다.특히 호주로 가는 안은, 2010년도에 태국을 여행할 때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거쳐서 마치 1/4의 세계여행처럼 기획했던 루트가 있었는데 중간에 멈췄던 걸 다시 재개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침 flight.google.com에 AI 기반의 추천 서비스가 새로 올라와서 갖고 놀다가.. 방콕을 거쳐 오슬로를 갔다가 런던.. 그 뒤에는 스페인이나 마라케시로 빠졌다가 다시 한국방향으로. 대충 이런 루트인데. 런던까지는 비행기를 끊었고 그 다음은 아직 고민 중. 섬을 갈까, 다른 대도시를 갈까. H&M 같은 게 생긴 뒤로, 그러니까 2010년 이후로 여기나 저기나 유적지를 빼면 고만고만 비슷하다. 더이상 궁금하지가 않다.
궁금하지가 않아~
그냥 카메라 하나랑 옷 조금이랑 수영가방 하나 덜렁 매고 적당한 파카랑 외투랑 트래킹화. 그거면 2주 가뿐하지.
모르는 곳을 자꾸 가지 않으려고 하는, 내 안의 겁쟁이가 있다. 얘를 살살 달래는 방법은, 처음에는 스치듯이 갔다가 다음에 호기심 들면 더 오래 더 깊게 알아보면 좀 괜찮더라. 그러니까 이번에는 살살, 조금씩만 조심히 사진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쪽으로다 움직이자.
가게를 하면서,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나무 같다고 느꼈다. 가게를 운영한다는 활동이.
그런데 나는 비닐봉지가 되고 싶은 듯하다. 바람에 밀려서 햇빛에 빛나며 후루룽 두둥실하는.
두둥실.
사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최초에 내 사진을 컴퓨터에서 꺼내서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고.
특히 죽기 전에, 라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죽더라도 사진은 나와있기를 바랐다.
내게 비행기는 강렬하게 죽음을 상기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비행기를 여러번 타야 하는 일은 생존확률을 일시적으로 낮춘다.
그걸 의식하고 바짝 사진을 정리하고 올려놓고 싶다.
그래서 어딜 가서 ‘뭐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물으면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요’ 라고 할 수 있고 싶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인화해서 갖고 다니며 여행지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여행을 정해놓고, 그 전까지 미뤘던 사진정리와 간단한 업로드를 완료할 생각에. 이런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