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환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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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임윤찬 연주자가 타이니데스크에서 그곳 업라로 클래식을 연주한다. 리스트 이 메이저 소나타를 쳤다. 평소보다 호응이 작다. 내가 긴장한다. 그리고 영어로 말을.. 한다. 피아노를 통한 낭송보다 그의 입말은 서툴고 투박하고 어설프다. 다음은 차이코프스키. 그가 새끼손가락을 던져서 표현하는 무게추 달린 듯한 포르테. 피아노의 구조적 한계가 주는 좁고 짧은 울림.. 연주자는 어떻게 느꼈을까.

오늘의 읊조림

이 환대에 대한 생각은 월요일에 시작했는데, 그 날은 생각이 아직 여리고 작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화요일에는 몇주전부터 염두에 두고 신경쓰던 바이올리니스트 촬영이 있었고, 수요일인 오늘에야 여유가 났다. 그래도 이미 목요일로 넘어간 12시 18분이다.

환대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지난 한 달 간 매주 사진관에 들러주셨던 ㅂㅎㄹ 님께서 자신이 느꼈던 그것을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하였다. 그것을 한 단어로 찾자면 환대이다.

환대, 그녀가 처음 이 사진관에 오던 날, 약간 헤매여서 저 위에서부터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헤쳐 내려온 뒤 사진관에 다다랐을 때에 햇빛이 비쳤다고 한다. 이런 데에 사진관이 있다구? 라는 생각. 그리고 나타난 사진관에서 내가 ㅎㄹ님이시죠? 라고 열었던 말.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차분하게 앉아 권했던 차, 또는 와인이라는 옵션. 어떤 음악을 들을래요 라는 질문. 그 모든 게 환대였다고 하셨다. 잘 조직된 밀도 있다는 인상이었다고. ㅎㄹ 님은 내게 자신이 가진 여유 공간을 활용하여 집중된 가족사진의 경험을 줘보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저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그 시간이 더 길어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ㅎㄹ님은 그냥 제가 그 때 받은 그 환대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아주 좋았거든요. 라고 하였다. 어느 포인트인지 어려워하니 위와같이 오는 길의 묘사를 들었다. 조금 이해가 되었다. 나는 다음의 기억을 꺼낸다.

언젠가 중문 너머 진짜 현관이 깊은 곳에 설치된 정원 또는 코리도어가 긴 집을 갔다. 중문은 일본식의 나뭇살로 되어 있고 거대하지만 육중하지 않은 이미지. 그 코리도어를 지나는 동안 그림이나 정원을 보거나 그곳에 설치된 작은 분수가 남기는 물흐름의 소리를 듣는다. 바닥의 작은 정원이 낳은 초록, 미색같은 벽의 흰색, 나무의 갈색, 적당하게 자리한 작은 빛들, 여기저기 놓인 현무암의 회색. 그것들 모두 나에게, 자 밖의 너를 지나, 지금은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거야, 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 동선을 따르는 동안 시간이 흐른다.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우리는 은근한 전환을 이룰 수 있다.

… 환대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 환대받는다고 느낄까.

… 언젠가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오롯이 다 들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그럴지도 몰라. 그렇다면 진심으로 환영하자. 환영하도록 집중하자. 애쓰는 게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느긋하게 가지고 내 인생의 지금 시간을 여유로이 점유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폭을 넓게 주자.

…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환대란, 처음엔 가진 정보를 확인하여 이름을 부르며 맞이하는 일. 눈을 마주보고, 몸을 그에게 향하여. 내가 가진 몇개의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나누는 일. 낯선공간에 와서 적응하는 동안 들을 익숙한 음악을 트는 것.. 아마 그정도였다. 그리고 공간이 협소한만큼 편하게 느끼길 바랐다. 이대역에서 이곳으로 걸어오는 동안 볼 그 나무의 아름다움… 그것도.

ㅎㄹ님은 그걸 다 봐주셨다. 놀랍고, 감사하다. 밀도와 결을 알아채어 주신다. 누군가 또 봐주셨을지.

… 요즘엔 가정, 가족에 대해서 읽고 생각한다. 자연스레 가족과 환대가 얽힌다. 귀가할 때 우리가 받는 환대. 아니, 내가 받았던 환대. 나는 고양이로부터 그 환대를 받았구나. 자기 가정을 일군 사람들이라면 더 다른 환영을 받겠지. 지금 내가 집에왔을 때에는 환대가 없구나.

… 그런 생각들. 내 인생의 일순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내가 오롯이 집중하여 맞이할 수 있는 지금이다. 말하자면 여유가 있다. 하루가 다 지난 뒤에 돌아보면 긴 시간이었다. 여러사람을 만났고, 노력하였다. 종종 노력이 부족하였다. 칭찬하고 반성한다.

…내가 어디서 환영을 받는 적은 언제가 마지막일까. 환대란 무엇일까. 이번주는 이 맥락에서의 고민을 해야겠다. 내 시간에 잠시 진입한 사람을 맞이하고 반기어, 당신이 여기 잠시 내 시간을 점유하는 (타임라인의 공간성) 지금을 나는 가치있게 여기고, 감사하다는 그 메세지를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또 이런 고민을 앞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풀었나.

…내가 사진으로 돌아온 뒤에 전에 접었던 삶이 다시 나를 반기고 환영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양팔을 벌리고 두손을 잡아 아주 잘 돌아왔다고. 고생이 많았다고 다독이는 그 손길을 느꼈다. 어느지점에서 그랬을까?

…모녀사진에 대해. 특수한 관계성, 빠른 분위기의 전환과 몰입을 위해 편지를 활용해볼까 한다. 쓰고, 읽기… 이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반겨줄까? (지은아 그냥 해보면 안될까?)

오늘의 사진

(며칠 전 동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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