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트
오늘은 작업실에 손님을 초대해서 사진을 찍었다. 작업실은 작년보다 추웠다. 추워서 미안했다. 그리고 손도 잠시 느려진 터라 계속 기다리게 해서 더 미안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작업실에 사람의 소리가 들리면, 공간도 그걸 받쳐주기 위해 노력한다. 나도 공간을 꾸리려 노력한다.
비슷한 맥락이 이 웹사이트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여행에서 다녀온 뒤로, 미뤄두었던 일 중에 가장 큰 일인 ‘엽서만들기’를 위하여, 그에 앞서 사진을, 그간의 사진을 포트폴리오로서 정리해 올리고 있다. 한 스무번 아니 마흔번은 넘게 본 사진들임에도, 볼 때마다 고민한다. 이걸 셀렉에서 남길까. 없앨까. 그래도 더이상 미루지 말자! 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미룰만큼 미뤘으니까? 아니, 보여주고 싶은 대상이 있었다.
이게 준비되어서 보여주고 싶은. 내가 본 세상이 이러했다.
그걸 말로만 얘기해봐야.
어디서 볼 수라도 있으면 어쩌면 기회가 더 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 기회가 무엇인지 지금은 모른다.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일의 성질을 조용히 꼽아본다.
내가 힘들어 했던 일을 또한 살핀다. 일과 환경 중 무엇이 문제였는지?
처음 일을 그만두었을 때보다 느려졌다. 치열함도 덜하다. 어떤 흔적들을 옅어졌고, 어떤 배움들은 길게 간다. 온 몸으로 부딪혀서 내가 무엇을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할 때 잘 하고 못하는지를 배운 시간이었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뭘 배웠지?’ 라고 묻는 일.
귀찮고 하기 싫더라도 이제는 그쪽에 중심을 두고 생각 해 볼 때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알게된 사실들은 무엇인고, 나는 무슨 환경에서 어떤 사람인가?
사진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그 사진을 찍을 때의 주변 상황과 내가 서있던 게 무슨 맥락이었는지가 어렴풋 기억난다. 처음엔 그게 힘들었다. 다시 사는 것 같고, 다시 괴로웠다. 다시 부끄러웠고, 창피했다. 다시 느끼는 그 때의 감정들. 그리고 그걸 반복하여 거치면서 조금씩 덤덤하게 볼 수 있는 역량이 커진다.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두려워도 한다. 그래도 또 보고, 또 보므로서, 지금이 그 때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상기한다. 그렇게 거리를 두며 묻는다. 그래서 이 때의 나는 그 환경에서 무엇을 배웠지? 본질은 무엇이지?
나는 여행 사진을 찍고 싶은 건지? 누구든 사는 곳에서 무언가 본 걸 남기고 싶은지?
잘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