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에 새로 생긴 비문이 꽤 크다.
자벌레 모양. 두개가 얽혀있다. 중간중간 꺾이는 관절이 찐하다. 연결되어 길쭉한. 전체 시야 중간에, 전체시야의 가로 기준 4/5 길이를 차지하는.
사람 얼굴을 보면 그 위에 떠있어서 사람 얼굴을 일부러 더 열심히 봐야한다. 리터칭 할 때가 제일 어렵다. 발광체인 디스플레이를 마주하면 모양이 더 잘보인다. 그것은 둥둥 떠서 모양을 계속 바꾼다. 지워야 하는 스팟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뭐가 있을까, 방법이? 안과엘 갔다. 간단히 검사하고 진료하고 망막 문제 없다는 얘길 듣고 나왔다. 그냥 거기까지였으면 괜찮았을지도.
아 방법을 물어보러 왔는데. 라고 말했더니 진료 끝나면 물어봐도 된다고. 그 앞에 앉아 기다렸다가 그 방의 간호사 분이 여유가 나길래 아까 비문증.. 관리방법을 들으려고 하는데요, 대응방법이 뭐가 있는지.. 라고 말했다. 그녀는 “없다”고 단언하였다. (유리체) 물을 빼서 없애야 하는데 그건 너무 큰 수술이잖아요? (중략) 운전하면서 벌레 있는 거 무시하면서 가잖아요, 익숙해지세요. 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게 왜이렇게 서럽던지. 엄마가 내게 너 사진관 그거 망할거야. 라고 말한 것보다도 더.
누가 위로해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동안 많이 신경쓰고 있었고, 대안책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없다”는 말 이후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집엘 가야하는데 갈 힘도 없고 복도에 어물쩡 의자에 앉아 계속 울었다 우는 거 말고 뭐 모르겠다.
의사가 화장실 가는 길에 지나가며 왜이렇게 서럽게 우냐고 물었다. 그의 답을 요약하자면 자신도 지금은 평온해보이지만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나도 그런 일을 겪을 뿐이라고 하였다.
다 각자의 생각과 삶이 말로 나온다.
사람들은 뭐.. 따뜻하고 싶은데 차가운 거 같다. 그럴 수 있지.
…
그래서 생각하기로, 아 비문증 작업을 해야겠다고!
내 사진 이미지 위로, 나의 비문 모양이 담긴 레이어를 얹어서, 내가 보는 세상의 모습을 남겨야겠다고.
우스개로 나는 이친구를 이제 반려비문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나는 늘 보이는 반려비문이 있다. 이 반려비문은 늘 모양을 바꾸고, 여기서 저기로 움직인다. 나는 종종 대화 중에 그를 쫓아 눈을 데굴댄다. 가끔 내가 보는 곳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 눈을 움직인다. 멋쩍다.
반려비문 덕에 아침에 눈뜨면 ‘안녕’ 이라고 말할 대상이 있다.
반려비문을 주제로 작업을 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행운인가?
모르겠다. 정신이 산란하다. 힘들다. 흐릿하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게 존 6인지 존 5인지 애매모호해진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상을 나도 완전히 신뢰할 수가 없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다.
그게 내가 지금 힘든 이유이다. 아무도 안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내게는 생을 가르도록 중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