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 작업을 매일 하려면,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 삶에 만들 수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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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쓰기

봄은 신기하게도 돌아보는 데에 겁을 먹지 않도록 돕는다. 봄이 되면 회고를 하고, 반성과 레슨을 찾게 된다.

사진관을 준비할 때엔 “작업실로 써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난해 5월 말엽에 임차 가계약을 하고 지금까지 왔다.

지난 5월에 이곳을 만들기 시작한 뒤의 나를 돌아본다.

시작.

계산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탕누어는 하루에 1-2만원이면 카페에서 커피와 밥을 해결하며 글까지 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커피도 밥도 스스로 해결하는 게 더 좋으므로, 그 1-2만원으로 내 공간을 갖고자 했다.

집은 집으로 놔두는 대신, 편하게 만들어 원하는 대로 고민을 전개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처음엔 작업실이며 증명사진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해 운영비 절감(후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니까 최초의 목적은 작업을 해내고자 했다. 사진을 엽서화 후 배포 하겠다는 포부는 있었으나, 구체적 설계는 미비했다.

감당 가능한 운영시간

자연스러운 사이클은..

이곳을 열기 전의 나는,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자연인의 삶과 큰 다름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수영을 갔다가, 밥을 먹으러 집으로 다시 왔다. 글을 좀 쓰고, 산책을 하고, 공부를 하거나 숙제를 하고, 저녁엔 대학원 수업을 다녀왔다. 그러고 잤다, 다음날을 또 살았다.

이 사이클은 건강을 되찾는 데에 꽤 좋았다. 긴장도 낮았고, 배도 별로 안고팠다. 대학원 수업이 너무 늦게 끝나는 게 좀 힘들었을 뿐. 당시엔 노동을 하지 않으므로 건강이 좋아지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돌아보니, 당시 내가 건강했던 이유는 자연스럽게 몸이 쉴 수 있는 구간을 몇시간 단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원한다면 누워서 이십분-삼십분 정도는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쉬는 동안 얼마간 일을 도와드릴 게 있어 출근을 했다. 그 때 나의 조건은 오후근무였다. 오후 2시에 가서, 6시에 돌아오기. 그 시간동안엔 집중을 거의 놓지 않았기 때문에 수행의 질이 꽤 좋았다. 대신 나는 녹초가 되어서 헤롱거리며 집에 돌아왔다.

작업실을 만드는 동안엔..

나는 바쁜 쥐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고양이 병원을 매일 입퇴원 시키면서 그 사이에 이곳의 공사를 진행했다. 혼자 또 여러사람의 도움을 종종 받으며. 아침 9시에 입원을 시키고 저녁 6시면 퇴원을 했다. 그 사이클에 맞추어 나의 삶도 재조정 되었다.

운영 초기엔..

이후 작업실을 만들고 나서는,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서 바로 11시 정도에는 사진관의 문을 열었고, 오후에는 재실하였고 밤에는 수업을 갔다. 사진의 가격을 저렴하게 잡았더니, 그만큼 내 시간은 남의 시간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서는 아침에 수영을 포함했다. 당시 사진관에는 소파가 없었어서, 나는 사진관에서 업무를 위한 의자에만 앉아있었다.

마주한 문제..

가을과 겨울을 넘어가면서는 전혀 작업이 진행이 안되었다. 한번 늘어졌다가, 그 뒤엔 돌아오질 못했다. 그래서 왜 안될까, 라고 나는 너무 게으르다며 자책했다.

회사를 다닐 때의 습관 대로 어쩐지 사진관을 통한 수익창출의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건 내가 크게 의식하지 못한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수요가 보이는대로 상품을 만들었다. 작은 사진관인데 여기서 3-6명의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헤드샷만 하겠다고 했던 처음의 의도는 이곳이 작아서, 그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서였다. 한편으로, 나는 가족사진, 정확하게는 비정형 가족사진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사진을 전개했다. 그런데 ‘어떻게’를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한 것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가족사진과 경쟁해야 했다.

그렇게 말려들어갔다.

비슷한 상품을 갖고 있는 다른 사진관과의 경쟁에 들어가고, 비교당한다. 고민의 품질이 낮아진다. ‘가격’과 ‘상품의 구성’에 집중하게 되지 내가 찍으려는 게 무엇인지를 발굴하는 데에는 좀처럼 깊은 탐구가 어려웠다.

반성

적당히 임차기간을 채우려는 건 아니었는데, 어쩐지 주객전도가 된 상황을 용인했다.

내가 먼저 존재하고, 공간이 있기를 바랐는데.. 내가 만든 공간이 내 시간을 점유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더 더 더 지쳤다.

내 삶에 이제는 실체없는 주인이 있었다.


그리고 내 작업에 대해 돌아보는 데에 집중을 들이기가 어려워졌다. 미뤘기 때문에, 또 힘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미루고, 또 미루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에 평가가 끔찍할까봐 무섭기도 하고.

조정안

이번주부터는 힘이 없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상품을 없애고 시간을 조정했다.

상품

먼저 다른 사진관에서 잘하는 가족사진은 그곳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가족사진 상품을 없앴다.

증명사진도 어쩌구 저쩌구 이런 설명을 없앴다.

내가 적당한 수준으로 리터칭을 해놓는 기본 증명과, 맞춤형으로 1:1 리터칭을 해주는 고급 증명 정도로 줄였다.

비즈니스용 헤드샷 역시 이대근처에 잘하는 곳이 많다 굳이 여기서 할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없앴다. 대신 고급증명 가격으로 맞춰서 적당하게 쓰기 좋은 한장.. 그정도로만 제공하려고.

내 사진에서 사람들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게 사람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게 아닌 것만 같아서, 팔기가 무섭다. 내 사진은 도무지 각잡히지도 반딱이지도 매섭지도 못하다. 나처럼 내 사진도 물렁댄다.

시간

마침 봄이 되면 해가 길어진다. 나는 해가 지기 전까지는 팔팔하다.

지난주까지는 아침에 수영을 갔다가 바로 작업실로 와서 저녁까지 버텼다. 그런데 나에게 낮잠을, 내가 한 좋은 밥을 주기 위해 시간을 바꿨다. 이번주는 오후 출근형태로 시작했다. 처음엔 두시로, 하루 해보니 두시 반이 낫다. 그리고 또 하루 해보니 나는 두시 반에는 오되 사람은 손님은 세시 이후에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해보니 아니야, 세시에 오고 손님은 세시 반부터 받고 대신 여덟시-아홉시에 끝내자. 이런 생각이 든다. 너무 늦을까? 파이가 있을 때에.. 파이는 내가 꼭 집에 9시 까진 들어오기를 바랐다. 그 이후가 되면 너무 늦긴 하다.

내일은 또 시간을 조정해서 해보자.

(점점 늦어지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해도 될까? 생각을 하다가, 아쉬움 안남도록 이거저거 다 해보자고 다시 생각했다. 정해놓은 거 따르지 말고, 내가 나의 패턴에 맞게 삶의 형태를 정하는 거, 지금 한번 해보자고.

그래.. 이런 운영시간이 영 말이 안되는 건 아니다. 여기는 아파트 촌이고, 증명사진을 찍으려면 퇴근 길에 열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본다)

하루에 다섯시간 내지 여섯시간. 그 시간동안 이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고, 내 작업을 고민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또 뭘 바꿔야 할까?

작업을 해내어서, 내 몫의 꼭 출발지점에 서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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