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2월의 목표선언. 사진책 초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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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의 작업송
    1. 리스트: 콘솔레이션 3번, d플랫장조.
    2. 포레: 엘리지 C단조, op.24
    3. 하니아 라니의 연주
  2. 오늘의 노트
    1. 2025년도 2월의 결심.
    2. 체크인
    3. 단 맛의 빵
    4. 선택지들
    5. 작업과 사업의 차이
    6. 찌끄러기들
    7. 중력의 길을 따라 내리는 눈
    8. 행복하고 싶었는데
    9. 끔찍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
    10. 하고 싶은 것
    11. 어제와 다르려면
    12. 엉망이어도 괜찮을까
    13. 안엉망이야
    14. 숨을 쉬기
    15. 내 허밍 소리를 듣기
    16. 그 모든 걸 지나서 오늘
    17. 피아노를 치듯 물장구를 치듯 타자를 치기
    18. 모니터와 나의 거리 3미터
    19. 내게 조심히 묻기를, 지은아 뭐가 되고 싶니.
    20. 햇빛이 나면 안녕해진다
    21. 사람과 자연과 도시의 상호작용
    22. 부끄러운 말이지만
    23.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이미지
    24. 소파는 귀중하다
    25. 차도 귀중하다
    26. 아침 6시
  3. 다음 할 일

오늘의 작업송

둘 다 카네 메이슨의 연주.

리스트: 콘솔레이션 3번, d플랫장조.

이 콘솔레이션 3번은 d플랫 장조이다. 장조인 게 싫다. 내가 받아들이기에 이 곡은 스스로 행복하다.

해소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함의 진흙 속에서 오래 머물렀다. 회사 시절엔 환경과 내가 안맞아서 스스로 만든 지옥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구축한 환경에 의한 감옥이나 지하세계, 반지하세계 정도 될까.

비뚤어지고 싶은 호르몬이 있나. 오늘이 유독 그렇다. 어제 맥주 한 캔을 마셔서일까, 온몸에 짜증이 어려있다. 맥주 때문일까, 아니지. 내가 스스로 산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에 막혀있는 거지.

포레: 엘리지 C단조, op.24

장조가 싫으면 단조로 가라.

그래도 짜증나. 음이 차분하니 이뻐서. 고상하다.

나는 엉망인데, 아무것도 못해서 스스로 창피하고 부끄럽고 매몰차느라 힘든데, 이 음악은 유순한 고양의 털처럼 흐른다.

더 복잡하거나 더 아름다움이 없다면. 더 폭발적이거나 더 간신히 숨쉬듯 한다면. 그러면 더 나에게 잘 맞아들까?

하니아 라니의 연주

심하다

적당하다

오늘의 노트

글쓰기로 들어가려는데 자물쇠통에 맞는 열쇠를 못찾았다. 너무 오래 안썼다.

지금 시도 중인 건 떠오르는 잡생각을 적어가면서 얼마나 생각이 짧고 무슨 색채인지 보는 게 하나이고, 또 읽은 책을 정리(독서기록)하면서 내 거 꺼낼 길을 만드는 게 하나이다.

결국 해내겠지. 조금만 마중물을 더 찾아보자.

2025년도 2월의 결심.

2월이다. 글쓰기(책완성하기) 모임을 시작했다.

회피를 그만둔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너무 끔찍하다.

해야겠다.

징징대는 것도 그만해.

스스로에게 가혹하다.

답답함과 자기변명 사이에서 씨름한다.

체크인

한 사람은 둘 이상으로 이뤄진 듯 하다.

갈등이란 둘이 일으키는 게 아닌가.

소란한 마음 위에는 항상 갈등이 있다, 시끄럽다.

정제된 마음이라면 한 사람이 하나일 때일까.

나는 정제된 마음과 삶으로 가고 싶다.

하나로서 하나이고 싶다.

단 맛의 빵

작년 여름부터 슈크림이니 단팥이니 단 빵을 찾았다.

달아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아이스크림을 매주 먹었다.

왜지.

단 걸 먹으면 슬플 수가 없다.

슬픔을 느끼고 땅을 치고 올라가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단 맛에 의해 감정이 평상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듯 하다.

그냥 맨 감정을 느꼈다가, 자연히 벗어나고 싶다.

선택지들

아무것도 안한다

하나라도 한다

둘을 한다

셋 이상을 한다

한 시점엔 하나 밖에 안된다

하나가 최대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도 하나이다

작업과 사업의 차이

작업은 자기 행복에 대한 고찰이고

사업은 남의 행복에 일조하는 것

찌끄러기들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사람이라고 비난의 침을 톡톡 쏜다.

무엇도 일으키지 못한 어중간한 인물,

말만하고 끝낼 거야?

아무것도 아닌 채로 끝낼 거야?

무엇도 남기지 않은 채로?

점점 더 외톨이가 될거야?

작은 콩알?

아주 작은, 딱딱한, 해소되지 않은 채로 뭉친 무엇?

중력의 길을 따라 내리는 눈

어제 수영을 하며 고속열차처럼 나아갔다

물 속에 길이 있고 그걸 타는 마냥.

어제 저 위에서 내려오는 눈이 바닥을 향해 길이 있는 듯 당겨져 내려왔다

지나갔기 때문에 생기는 길.

행복하고 싶었는데

지엽적이고 도망갈수록, 생각은 짧아지고, 고민도 없고, 내가 또 내게 속고.

시간을 수채구멍에 버리고. 돈도 버리고. 기회도 버리는 듯 하다.

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람.

말을 해야 알지.

끔찍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

끔찍함을 털어내는 것

마음이 코트같은 거고, 생각은 모자 같은 거고

마음 끝과 끝을 잡아서 바람에 흩날리면, 먼지들이 툭툭. 자 없어졌다.

세탁기는 안됩니다. 너무 힘이 세어서 구겨지다 찢어질 수 있어요

단정해진 마음에 얹힌 생각은 더 낫다.

하고 싶은 것

그림책

사진책

사진에세이책

사진관찰책?

사진사진사진, 말에 갇힌지도 모른다.

지겹다.

말로만 하는 사진.

어제와 다르려면

어제 안한 걸 오늘 하면 되고, 오늘 안한 걸 내일 하면 된다.

내일 할 걸 남겨놓고 오늘도 한다.

어제의 엉망을 오늘 좀 낫게 하면..

엉망이어도 괜찮을까

안괜찮으니까 엉망인 상태를 회피하는 거지

불편해서

나는 왜이렇게 엉망인가

엉망이야 다.

안엉망이야

바깥 빛은 밝고 나는 내 작업실이 있고.

작업실에 너른 소파를 들여서 무슨 책이든 읽을 수 있다

이미 찍어놓은 사진은 몇만장이고, 그것도 이미 몇번이고 리뷰했다.

여러벌의 리터치본이 있다.

이미 작업을 하였다.

나는 무엇을 겁낼 뿐이다

전혀 엉망인 게 아니야.

숨을 쉬기

밭은 숨을 쉬며 살면 생각도 밭고 짧다

깊은 숨이 긴 생각으로 이어졌다

골반의 양 끝쪽부터 숨을 채워서 코까지 연결된 길로 흐르게 한다.

몸 안에 숨 길이 있다

내 허밍 소리를 듣기

며칠 전에 얼굴 한쪽을 세게 맞은 뒤로 왼쪽 귀와 눈, 코 모두 약해졌다

병원을 다녀도 사진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댄다

다행이지만 안다행이다!

조물조물 대구 머리 뽈살을 생각하면서 수경눌리는 자리를 만지작댄다

풀려라 풀려라

풀려라 풀려라

부들부들하게 풀려라

눈물샘 근처가 아주 찌릿하더니 몇방울이 폭 하고 나왔다.

마치 주사기에서 뿜어지는 몇방울처럼 나왔다

이제 후두를 긴장하여 귀 쪽으로 공기를 다 보낸다

양 콧구멍을 모두 사용하여 공기를 들이마신다

내쉰다 크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쉰다

반복하다가 잠시 참고 허밍을 한다

내 목소리가 온 머리를 울린다

안구 뒷켠까지도 내 소리로 가득이다

온통 온 세상이 내 소리이다

뼈를 울린다

내 허밍소리가 온몸을 울린다

그 모든 걸 지나서 오늘

태어난 이후로 모든 일을 지나 여기에 앉아있다

이럴 수가 있다니.

그 모든 일이 나를 끝까지 해칠 수는 없었다.

순응하지 않고 고민하여 맞서듯 이뤘던 선택과 내가 정한대로 옮겼던 행동은 나를 나에게 맞는 길로 끌어주었다.

오늘도 그럴 것이다

피아노를 치듯 물장구를 치듯 타자를 치기

타다다

타다다

타다 타다

타다 타다

타다다다 타다다다

하다보면 길이 난다

길이 든다

모니터와 나의 거리 3미터

모니터를 멀리 둘수록

글을 쓰는 데에 부담이 덜하다

덜 무섭고 덜 창피하고 더 내 뇌와 가까워지는 듯하다

이렇게 쓴다면 계속 쓸 수도 있겠다

읽히는 글이 목적이 아니므로.

내게 조심히 묻기를, 지은아 뭐가 되고 싶니.

할아버지는 내가 다섯살일 때도, 여덟살일 때도, 함께 거실에 앉아있으면 한번씩 물었다.

지은아 뭐가 되고 싶니

다섯살엔 배꼽나온 공주를 그리면서 응 나는 화가

여덟살엔 사극의 왕비를 그리면서 응 나는 화가

그러다 아버지가 말했다 환쟁이는 안돼 검도를 해라 심리학을 해라

할아버지는 그래 우리 지은이는 화가가 되고 싶구나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엄마는 물감이며 붓이며 한창 사다주었다

나는 왜 화가가 되고 싶었을까

아는 직업이 그것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체 나는 왜 화가가 되고 싶었을까

아는 작가가 그것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정말 화가가 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햇빛이 나면 안녕해진다

햇빛이 사라지면 우울하고

해가 들면 기분이 낫다

디펜던시가 높다

큰일이 아니려면 해가 드는 데에 계속 살아야겠다

사람과 자연과 도시의 상호작용

말이 거창하다

내가 했던 사진을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창피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사진이 너무 별 게 아닌 것 같아서 어느 영역에 걸쳤다고 말하기가 애매했다. 규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다큐도 아니고, 순수도 아니고. 광고는 더욱이 아니고…

나의 존재 주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그 정보 속에서 아름답고 마음ㅇ 안정이 드는 구도를 목격하면 담을 뿐이었다.

그런 장면이 순식간에 부지불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아주 자주, 아주 많이. 그리고 해가, 혹은 어느 잔광들이 그림을 바꾼다. 그림의 깊이를 만들기도 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낳기도 한다.

그럴 때엔 안찍고는 못배기는 거지.

모든 우연의 총합이 거기에 남는다.

내 인생이 겪는 우연 중 최대치의 만족을 주는 몇몇 이미지들.

사진의 발명 덕에 나는 그걸 다시 볼 수 있는 형태로 남기게 되었다.

다게르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재작년 일기장을 들쳐보다 어느 밤에는 딱 그 한마디가 써있었다.

“작가가 되자, 행복한 작가가 되자”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선언하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인 것 같다.

근데 나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내 작업. 내 거.

나는 내 것이 없었는지 어쨌는지, ‘내 거’를 엄청나게 외쳤다.

이것도 내 거 저것도 내 거 누가 가져가면 그것도 내거야!

내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세상 모든 게 내 거 였겠지.

작업은 아마 내가 지금까지 먹어서 살려놓은 육체와 읽어서 쌓아놓은 정신이 공조하여 낼 수 있는 정말 내 거일테다.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이미지

그걸 찾아서 보여주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초의 작업일까

소파는 귀중하다

편한 자리가 있어서 마음이 노곤해진다

차도 귀중하다

차가 더 좋은데 커피가 중독적이다

차를 안마시는 하루는 있어도

커피를 한잔만 마시는 하루는 드물다

아침 6시

혹은 다섯시 오십분

혹은 네시 오십분

혹은 세시 오십분

게으르면 일곱시 오십분

깨자마자 물을 불에 올리고 그라인더로 커피를 간다

그라인더는 인도에 살 때 여차저차 힘들게 구했던 드롱기의 것이다

힘을 주어 누르는 만큼 속도가 조절되고 누르는 동안 나와 상호작용하며 갈아낸다

십년을 썼다

십년이 지나자 내 손가락 끝이 곧 그 그라인더의 클날과 직부연결인 듯 자연스럽다

어떻게 압을 주고 얼마나 끊을지를 통해 커피콩의 분쇄 날카로움 마저도 조절할 수 있다

킁킁 냄새를 맡는다

눈을 감은 채로도 할 수 있다

에어로프레스를 꺼내서 어제 안치운 커피빈가루케이크를 툭 버리고 따신 물로 헹궈낸다. 이 에어로프레스도 십년을 썼다

뭐 다 십년이야…

기름지다. 물을 닦아내고 막 갈아놓은 그 가루를 턱 털어넣는다.

뜨거운 물을 세번에 나누어 흘려넣는다

필터틀에 종이필터를 얹고 돌려끼운 뒤 요령있게 본체를 뒤집어 넉넉한 머그잔에 앉힌다.

그걸 들고 글쓰기 책상으로 간다.

글쓰기 책상에는 차판과 노트 세권과 십년을 쓴 만년필이 있다. 이것도 십년이네. 그리고 거기에 넣는 잉크 마저도 도쿄에서 십년 전에 사온 것이다.

십여년 전 내 선택들이 만들어놓은 안전한 공간에 앉아서 마시고 쓴다

쓰고 마신다 마시고 쓴다 쓰고 마신다 마시고 쓴다

삼십분이 지나있다

그만한다

수영을 간다

아침 시작.

다음 할 일

무슨 사진을 세상으로 내보낼지, 첫 순서로..

이제 선별해야 할 때이다.

행복만 생각하자 행복감. 볼 때에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던 이미지들.

깊은 생각 하지 마고 그냥. 그렇게.

안락하고 아늑하며 편안하고 만족스럽고 사람이 있고, 건물이 있고, 자연이 있고, 삶이 있고…

숨이 있고, 빛이 있고, 살아있어서 이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인.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의 거리를 지키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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