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첫 눈 사진 + 파이가 하늘나라에 잘 도착했다며 삐삐하나 쳐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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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

오늘의 사진이 아니라 11월 28일, 29일의 사진이지만..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한참을 미루었다.

눈의 나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로.

같은가.

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 생각은 사진마다 엉겨있다. 책이 된다면, 그 내용은 작업의 정리와 글일까.

거대한 건 나중에, 일단 엉겨있고 뭉쳐있고, 이미 있는 것들부터.

그게 결국 내 얘기이므로.

오늘의 단상

눈이 오던 즈음에, 그 날에 밤 늦게 작업을 정리하고 집에 갔을 때에, 그 가는 길에, 나는 야간버스를 타서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몸을 머리를 스쳤고, 그리고 외로운 길을 그 눅지고 어둡지만 안전한 길을 걸어가며 어느 순간에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별이 저렇게나 많고, 야간에 달리는 드문 차와 버스의 소리가 울리는 남산의 바닥 즈음에서, 눈 앞에 작은 토끼굴의 입구를 두고 가만 서서,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한시방향 즈음 어딘가를 흘겨보며, 천천히 맺혀오는 눈물과 코끝의 매운 감각을 느끼며, 멀리서 흩어지는 작은 무엇들과 그 바람을 관찰하며, 아주 영 맥락을 모를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파이가 ‘언니 나 하늘나라에 잘 도착했다’는 삐삐 하나 쳐주면 좋겠네”

파이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싣고 하늘나라로 향하는 버스를 타서는 느긋하게 이 지구를 한바퀴 돌고 우주로 향하는 길을 달달달 갔는지도 모른다. 삼도천을 건너는 배가 파이 하나만 싣고가면 효율이 안나니 그아이를 기다리게 하거나 마찬가지로 세상 이곳저곳을 돌며 비슷한 아이들을 싣고 가느라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노회찬 의원의 추모식에서 유시민 작가가 평소 사후세계나 전생이나 이런 죽음 뒤의 생에 대한 믿음이 없음에도 그 형님을 생각하면 그런 세계가 있길 바란다는 취지의 얘길 했다.

나도 파이를 생각하면 그렇다.

파이를 입관시키기 직전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하던 그 방에서 난데없이 커다란 나방이 어디선가 나타나 내 아랫입술에 한동안 앉았었다. 떨어져라 라고 흔들대도 싫어. 라고.

나는 그게 파이였다고 생각한다. 언니 잘있어. 라고 하고 갔다고.

파이는 마침내 혼자서하는 파이만의 여행을 그 날, 그 밤에 시작했다고.

파이는 그 뚱실대는 엉덩이와 호기심 많은 눈을 하고, 언젠가 내 꿈에서 함께 탔던 스케이트보드를 옆에 두고, 우주로, 저 먼 우주로 저 우주 너머의 어디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우리집을 벗어나 지구를 서서히 한바퀴 돌고, 그 주변을 또 한바퀴, 더 큰 주변을 또 한바퀴.

그렇게 142일이 걸려서, 마침내 하늘나라의 문을 통과하고 그 아이가 계속 머물 어느 땅에 도착하여 그 아이의 고유한 집을 찾아 들어갔다고. 거기에는 하얗고 분홍이고 노랑이고 초록이고 밝고 맑은 꽃들이 그렇게나 많고, 가득하다고, 거기에는 나를 사랑했던 내 가족이 있고, 내가 먼저 보낸 나의 닭들과 염소와 개가 있다고. 그들이 파이에게 아 네가 지은이를 지금까지 보살핀 아이구나, 반갑다, 고맙다, 고생했다, 이제 여기서 그아이를 지켜보자며 함께하고 있을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토끼굴을 건너며.

내가 먼저 보낸 모두가 거기서 그아이를 맞이할 거라고.

그렇게 귀가한 집에서, 내 책상에 놓인 파이의 유골함을 보았을 때 평소와는 다른 냉기를 느꼈다.

그냥 그것은 유골함이었다.

거기에 있던 무언가가 없었다. 그냥 그것은 물리적으로 유골함이었다.

무언가는 내 미련이었는지 아픔이었을지 뭐였을지.

그리고 그 순간이 어떤 정리가 되는 분기였는지. 지난 며칠은 꽤 아팠다.

허리가 매우 아팠기 때문에 가게를 열지 못했다. 대신 가능한한 오래 잤다. 열몇시간씩 일부러 누워서, 계속 노력했다. 자려고. 그동안 엉망이었던 수면을 보상하자.

오늘 (12/5)에는 미뤘던 대청소며, 정리를 조금 할 수 있었다.

집이 파이가 떠나기 전처럼 밝았다.

그만큼의 꽉찬 느낌은 없었고, 파이가 어슬렁대지 않았지만 내 집은 여전히 밝았다.

얼마 전에 지신에게 그런 말을 웅얼댔다.

미안하다, 지금 내가 이래서, 너를, 이 집을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놔두고 있다, 곧 정리가 되어보겠다,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 고맙습니다.

나는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가톨릭세례를 받았다. 성실하게 삼종기도를 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연초면 점을 치고 사주를 보는 할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나는 새집에 들면 지신에게 인사를 하고 산과 들에서 밥을 먹으면 고시레를 한다.

대중이 없는가?

나는 영혼은 모르겠고 현실에 마주하고 있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단위에 대해 기이할 정도의 경외심을 느낀다. 움직이는 것들에는 더하다. 저 속에 있는 뇌, 혈관, 심장, 생각, 의지, 믿음, 기억… 그 생명체의 전세대, 전전세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성실하게 어떤 시간에 존재했던 어느 생명단위들. 나는 이 세계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꾸로 과거를 거슬러 오르거나, 되돌리거나, 시간여행을 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존재했으며, 사라진 영속적인 세계 안의 일시적 에너지 부딪힘 정도라고.

나는 지구가 우주 안에 있듯 우주 역시 어느 주머니 안에 있고, 그 주머니 역시 어느 주머니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다.

또는 지구가 존재하는 “우주는 또한 어디에 존재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 아득해진다.

또는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그런 생각 역시도.. 끝이 있다면 어느 공간 안에선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고, 끝이 없이 확대된다면 이 물리적 세계는 대체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

이 모든 삶은 모두 어디에 존재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없어서 머리가 그 차원을 상상할 수 없어 힘들었다

파이가 가기 전까지.

이제는 이 모든 게 상관 없다.

그러라지, 라고 생각한다.

파이는 나를 돌봤던 파이의 전세대를 어디선가 만나고 있을 것이다.

파이는 그 전세대들로부터 돌봄을 받을 것이다.

그건 어딘가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우주의 끝이나 존재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현실적 존재론에 천착하면 자꾸 파이가 둥지를 틀었을 하늘나라의 어디인가를 부정하게 된다.

그러느니 그냥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우주 어딘가는 마블유니버스처럼 그런 아이들이 모이는 어딘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나도 나중에 그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

그렇게 우리 모두 생명이 있다면 영혼이 있고, 영혼이 있다면 주고받은 사랑과 애정이 연결고리가 되어 죽든살든 끌어당긴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철학 논리학 따위 난 어차피 전혀 못했다.

나를 버티게 하는 데엔 살갗과 마음에 온기를 남기는 다정함과 사랑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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