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무슨 말인가하면, 매일 작업노트를 작성하길 다시 시작한 줄 알았는데, 하룻밤 미루니 그 다음날에도, 그 주말에도 미루더라 이 말이다. 파이가 떠나기 전의 생활패턴으로 조금씩 복귀하고는 있지만 하나를 끌어오면 다른 하나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아지는 건 맞다.
스스로에게 변명 한다면, 나는 바빴다. 그리고 두려웠다. 무슨 말을 적을지 몰라서 시작을 안했다.
워드프레스의 빈 글쓰기 창을 켜서 무슨 말이건 적으면 어떻게든 진행이 된다는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어쩐지 그 하나를 시작하지 못한다.
어제 파이가 살아있을 때 쓰던 내 계정에서 파이 스토리를 갈무리하다가 내가 적었던 말 하나를 보았다.
“뭔갈 평생을 들여 집중하고 해낸 적이 아직 없다”

2023년 1월 26일이면 회사를 다니던 거의 마지막 시기이다.
저 영상의 주인공은 아마 평생 기타만 쳤던 아티스트이다.
수월하고 매끄럽게 이어가는 음악이었을 것 같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평생을 들여 수양했어서 가능한 무언가를 바로 보여줬겠지?
나는 그 2022년 12월, 2023년 1월에 회사 앞을 걸으며 내가 평생을 다 바칠 무엇을 고민했다.
긴 호흡으로, 결국 남는 것은 내가 생성한 무엇..일텐데 회사를 다니면서 그게 가능한지도 자문했다.
내가 하루의 시간과 집중력 모두를 바쳐서 하는 그 무언가가 긴 호흡으로 봤을 때에 어떤 형태로, 나의 이름과 달라붙은 채 어디엔가 남아,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거나 아니면 다시 읽히는 대상이 되나?
묻고 또 물어도 전혀 그렇지 않아서, 아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럼 뭐에 내 평생을 쏟아 투자하고, 바치고, 집중하고, 해내어볼까…
남는 답이 오늘도 그렇지만 그 때에도 그랬고 어쩌면 고등학생 때에도 매체는 여럿이더라도 대개 사진으로 귀결되었으며, 내용은 사람 및 그 주변의 관계성에 대한 탐구였다.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인가가 아니라, 당신은 그 옆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종종 사람들을 껴안고 싶어진다.
아주 포근하게, 그리고 가볍게.
그 생각을 하면 울음이 난다.
우리 모두 마음에 어디엔가 봄동산 같은 게 있다.
연약해도 되고, 물렁해도 괜찮은.
그 부드러움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도 되고, 그 연약함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도 싶은.
그런데 종종 세상은 늦가을 세찬 바람의 역할을 맡기라도 한듯 군다.
세상이란 말은 참 거대하다. 세상의 어떤 사람은, 또는 어느 환경은..
사람이란 말도 참 거대하다. 사람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이 세계의 다른 주체들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듯이 경계를 가르는 말 같다.
쨌든.
내 안에 세찬 면도 있고 그렇지 않고 연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중에 세찬 면만 밖으로 꺼내어놓고 부들대는 부분은 숨기라는 요구를 사회생활 하는 동안 받아왔다. 그리고 세찬 면이 강단이라는 듯, 능력이라는 듯, 그 세찬 바람을 이용해 일을 해내라는 압박과 압력..
하지만 내 세찬 바람이란 산들바람보다 약하고, 매섭지도 못하고, 흐느적댄다.
차라리 온화한 편이 좋아.
손해보는 다정함이라는 게 있을까.
나는 내가 편안한 게 좋아. 내가 다른 사람에게도 편안한 게 좋아.
나는 그런 게 좋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도 내가 기역자 니은자처럼 직각의 어떤 형태를 지닌 구체적 사고를 하면서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스마트하고 똑부러지고.. 그러고 싶은 줄 알았다.
근데 나는 허허허허 같은 사람이었다.
또는
흫흫흫흫.
뱃심도 없어서 하하하하가 아니다.
제첩국.
그런 사람.
힘을 빼고, 집중할 걸 골라서 거기에 매진은 하되, 그 과정에서 내가 아닌 다른 형태를 흉내내어 살지는 않는, 그런 상태가 좋은.
질까봐 걱정하는 거 없고 이기는 일도 딱히 없는.
그냥 내 눈 앞에 있는, 놓인 사람과 상황에 집중하고, 그걸.. 뭐랄까 진하게 소화하는.
오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글이 두텁다.
아휴.
여튼 반성은 그런 부분에 있다.
나는 그랬는데, 오늘의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어쩐지 약간 바빠지고 시간을 쫓기듯 쓰면 일기도 작업노트도 쓰기 싫어서 그냥 노트북으로 영상 몇개를 틀어놓고 그 앞에서 누워있다가 이 닦고 자는 그런 대충의 삶…
그거 경계해야 한다.
주 5일 아침수영 첫 달, 불가피한 일 외에는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 이제 3주차, 다시 연초로 돌아간 듯 어느정도 몸이 적응을 하고, ‘배고프지 않아’ 모드가 시작되었다.
수영을 다시하고, 여기에 얹어서 피아노 5분을 추가한다. 수영 후에 서울역 앞 고가 서울로를 걷다보면 피아노가 하나 나오는데, 그걸 무난하게 쳐보고 싶어서.
다시 연습하는데, 예전에 했던 게 기억이 잘 안난다.
그러고 나서야 ‘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성과에 관계 없이 그저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해’ 라는, ‘매일 30분 하다보면 된다’, 그 나의 마법주문 같은 그게 생각이 났다.
또 ’60-85′ 의 태도라든가…
어떤 나의 비법들.
내가 그걸 잊고 있었구나, 그 부분도 생각이 났다.
또… 일부러 아침에 시간을 구획해놓고, ‘그것을 한다’는 미션을 주는 것도.
또, 잘하고 싶은 무언가들이 집합된 월간표를 만들어서 매일 그 미션에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30분 단위로 틱 하는 습관도..
내가 파이를 보내고 내 위를 진흙으로 덮으면서 놓았던 나를 잘 움직이는 몇가지 전술을 완전히 잊고 살았단 사실이 생각이 났다.
파이가 살아 있을 때엔 외출했다 돌아오면 일부러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남산을 산책했다, 뛰지 않더라도.
여기 (소월로)에 사는 이유, 이러려고 여기 사는 거란 사실을 상기하려고.
하나라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시간의 양(30분이라든가) 이상으로 계속 하면, 그 앞으로 뒤로, 또다른 ‘매일’의 수행이 붙는다. 하나라도 중심을 잡으면… 그 뒤는 따라온다, 나는 내가 이렇게 해야 단련되고 길들여진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 이걸 멈췄었고.. 지금은 다시 그 습관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라고 생각하자. 그럼 뭘 해야할까?
오늘은 좀더 추워졌다. 오늘은 목요일인데, 목요일은 전날 수업이 늦게 끝난 이유로 오전 시간에 수영을 하고 자유 시간을 갖는 일정으로 지난달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처음 생각엔 이 시간을 이용해서 갤러리를 가든가, 뭘 하든가.. 이랬는데, 처음 몇주는 다시 집으로 가서 점심을 해먹었다. 오늘은 좀 다르고 싶었는데, 도무지 뭘 하고 싶은지 몰랐었다. 외식을 할 때 하더라도 한식도 양식도 뭐도 뭐도 별로 당기질 않았다.
그러다 하나 알게되었다. 오늘은 춥고, 나는 어쩐지 좀 외롭고.
인도음식을 생각하자, 그 따뜻하고 뭉근한 그레이비를 한 입 떠먹으면 위로가 될 것 같아졌다.
입 안에 따숩고 뭉근한 그 향신료 스프를..
이대 앞 어느 인도음식점을 갔다. 폭신한 난이 나왔다. 따뜻하고 한면은 바삭하고 다른 한면은 폭신한. 귀여운 면이 있는 거대한 빵.
베지 커리를 주문했다 아쉽게도 처트니 대신 피클이 나왔다.
굴랍자문을 디저트로 주문했다. 내가 아는 그 에버그린색의 텁텁한 향신료의 터치가 있는 설탕국과 거기에 푸욱 절여진 튀긴 밀가루볼. 그 밀가루 볼이 식사를 마무리했다.
나는 지금을 충실히는 살고 있는데, 어쩐지 이 가운데에 ‘나’ 자체는 또 부재하고 있는 듯도 하다.
아니 성실하게 살았지만 잠시 충실하지 않았는지도.
사진을 요즘 잘 찍지는 않는다 (의뢰받은 건 외에 그냥 찍는 거)
하지만 매일 카메라를 가지고는 다닌다.
하지만 맨 눈으로 감탄하고 아차 싶은 날이 있다. 어제, 그제 그랬다.
이제 거리에서 사진을 보면 조명 컨디션이 먼저 눈에 띈다.
아 이렇게 처리했겠군.. 그런 생각과 함께. 기술적 성장이 요즘 일어나는가?
하지만 기술에 갇히기 보다, 기술을 알고 생각을 쏟고 정신을 집중하여 사진에 담을 내용의 형태를 잘 설계하고 실제로 구축하기도 했으면 좋겠다.
어느순간되면 겁이 난다.
겁.. 무슨 겁이냐면.. 질겁한 것은 아니고, 또 긴장하여 얼어붙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언제든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겁이다.
바로 아무 것도 안한 채로 또 시간을 보내는 나에 대한…
그리고 그런 나는 주로 ‘일기를 미뤘을 때, 또 ‘매일 할 일’을 설계하지 않고 그냥 살 때, 매일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오늘 어땠는지 반성하지 않을 때에 온다.
글을 30분째 쓰고 있다. 이제 좀 졸린다.
글을 쓰는 시간을 수영 가기 전으로 끌어당겨서 구획화하여 내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내고 싶다. 나아지고 싶다, 개선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 갈무리를 하고 싶다, 중간 매듭을 짓고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
아무래도 저녁 6시 정도로 해놓으면 종종 손님의 출입과 겹치겠으므로 그 일을 아침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즐겨쓰는 디바이스가 작업실에 있으므로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오늘의 약속, 30분 쓰기를 지킨다.
사진은 없다, 이제 학교 과제를 할 거라.
하지만 이렇게 시동을 거는 건, 다음 몇주 동안 작업을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위한 초석이다.
오늘 30분 썼으니까 내일도 쓰자.
내일의 작업일기 내용은 다음 몇주 간의 프로젝트 계획으로 하자.
사진엽서, 가족사진.. 크게 둘.
그리고 쉬운 사진기술 책..
우선 그렇게.
아이 졸리다 아직 19시이고 학교도 가야하는데 말이지.
얼마나 글을 안썼으면 30분 썼다고 피곤해 할까.
인스타그램이 진짜 나의 적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자주 켰다 껐다 반복하게 된다.
그 시간을 좀 합치면 꽤 아까운 투자일텐데.
반성하고, 나아지자.
어쩐지 내가 좋아하는 색조합이 된 꽃병사진을 함께 첨부.
글의 시작이었던 인스타그램의 그 후회조의 혹은 기대감의 혹은 안타까움의 그 말을 상기해본다.
“뭔갈 평생을 들여 집중하고 해낸 적이 아직 없다”
올 여름을 지나며 평생을 들여 집중하고 일굴 내 땅, 나의 영역의 시작점, 그 구석탱이에 x자를 쳤다.
이제부터 평생을 들여 집중하고 해낼 수 있다.
그러려면 어떻게?
그게 내 질문이다. 오늘의 질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