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이유 모른채 조급하고 불안한 듯 몸이 반응할 때가 있다. 손이 덜덜 떨리고 무엇에 집중이 안된다. 보통 숙제가 풀리지 않을 때 그렇지.
오늘의 숙제는 무엇이었냐면.. ‘센서리 컴포트’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볼까.
가끔 질문이 너무 크면 도무지 어떻게 덤빌 줄을 모르지.
그래서 빌려놓은 책들을 뒤적였다 먼저는.
포토그래퍼 플레이북 307가지 어사인먼트 (아마존 링크)에서는 가볍게 몸풀기처럼 해볼 액티비티가 있을까 했고, 소피하워스의 마인드풀 포토그래피(교보 링크)에서는 자기에게 집중하는 간단한 무언가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둘 다 내 질문으로 이어지는 힌트가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에게 집중하도록 준비하는 게 오히려 ‘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다음으로는 확장하여 ‘시각예술’에 대한 책이나 ‘예술가의 태도’를 다루는 글로 옮겼다. 하지만 다 뭔가 맞지 않았다. 지금 내가 찾는 게 예술가나 사진가로서의 내가 항상 하던 활동 대신 새로운 할거리를 찾는다면 좋은 답으로 이어지는 힌트이겠지만, 이 워크샵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시간동안 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내려놓고, 쉴 수 있기를 바랄 사람들.
그렇다면 사진은 목적지가 아닌 수단으로 존재한다, 다른 부자재도 그렇다. 진짜 목적지는 참여자의 과도하거나 저하된 상태를 내려놓을만한 할일로 채워보는 것.. 그렇게 시간을 구성하는 것. 어쩌면 내가 봐야했던 책은 ‘쉼, 휴식’을 다루고 있어야 했는지도, 지금 돌아보니 그렇다.
아무것도 안할 줄을 모르는 우리시대에 쉰다는 게 뭘까. 아무일도 안하는 게 쉬긴 쉬는 걸까.
내가 갖고 있는 직관은.. 평소 하지 않던 활동에 몰입한다면 그 일체가 내게 낯설기 때문에 신선하고 그래서 되려 긴장이 녹는다. 이를테면 창작을 평소 하지 않는 경우 무언가를 쓰거나 만들거나 찢거나 붙이면서 기존 신경이 과민하게 돌아가서 피곤하던 게 나아진다. 반면 늘상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좀 수동적이거나 안만들고 그저 자기의 주감각을 위로하듯 인풋을 주어담는 게 휴식일 수 있다. 아웃풋도 결국 인풋의 결과이기 때문에.. 창작이라는 아웃풋 중심의 삶이라면 더욱이.
책 <이토록 멋진 휴식>은 타임오프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색다른 도전에 몰입하면 본업 수행력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그럼 내 센서리 컴포트 워크샵에서는 참여자의 본업(주로 시간을 보내는 방식)과 다른 도전과제를 내어주는데.. 과제는 주로 감각의 사용이나 치환 쪽으로 잡는다. 그리고 감각을 가벼이 깨우고 점차 집중하여 몰입의 수준에 도달하도록 구성해보는 게 처음 시도일 수 있겠다.
예전에 작성했던 노트를 뒤적거리며 추가적인 힌트를 과거로부터 캐어내본다.
- 어느날인지 햇빛이 가득 들어치기라도 했는지. 노트에 맥락없는 ‘햇빛세례’ 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내 몸에 닿는 햇빛을 감각하는 액티비티.
- 책 <소리교육> 에서 힌트를 얻었던 사운드스케이프를 묘사하는 활동. 이걸 사진수업의 체크인용으로 제공했을 때 신선하게 여기셨고 참여자들 집중력이 급작스럽게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 일상에서 알파벳을 찾는 알파베토그라피.. 이건 <다르게보기> 활동과 연결된다
- 주어진 시간동안 필담으로만 대화를 나누며 소리를 없애면서도 대화를 이끌어내기..
- 주어진 사진을 30초정도 바라보며 그냥 읽어내보기.
예전 피아노 다시 배우기 시작할 때엔 악보 있는 클래식 음악 피스를 들으면서 악보에 그 구간의 느낌을 색으로 칠했는데 그 소일거리도 퍽 재밌었다. 듣고 손으로 뽑아내서 다시 시각으로 읽는 그 자체가..
이다희 작가가 <음악을 번안하는 방법 / 음악번안시스템>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했었다. 내가 본 건 바흐의 악보였다. (링크) 추상적이거나 기하학적인 패턴을 주로 만들었다.
…
패턴에서 한끗씩 벗어나면 숨통이 트이는지도.
그렇게 삶이 확장되면서 굴러가고 나아가는지도.
오늘 좋은 휴식을 취해서 (밤에 잘 자서..) 내일 만나는 분들께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기를..
..
일단 여기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