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2024 가을 대만행 (1) – 가오슝, 일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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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트

대만행은 급작스럽게 결정했다.

사진관 근처에서 대형 상수도관 공사를 한댔다.

일주일정도 단수라고 했다.

하루 앉아 있어봤는데 소음이 대단했다.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을까?

오래 제대로 안쉬었다, 이것저것 핑계를 붙여서 호다닥 다녀왔다.

카메라랑 옷가지, 수영가방 덜렁 챙겨서.

현지에서 숙소와 갈 곳들을 정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전보다 더 심하게 최저가나 가성비를 생각하고 있구나, 라고 알게되었다.

숙소검색할 때나 패스 내용을 볼 때 심하게 몰두했다.

언제 이렇게 변했지?

내가 무엇에 쫓기는 듯했다.

사진 찍을 때도 앞에, 눈 앞을 보지 못하고 자꾸 관념적으로 이미지를 대했다.

카메라가 손에 안익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확이 없진 않은게, 먼저는 이렇다는 알아챔이 있었다. 왜 그럴까 돌아볼 때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실패하기가 싫은 거였다. 실패라고 하긴 좀 그런가. 그냥, 더 나은 결과를 낳고 싶은데 딱히 내 잣대가 없이 검색하니까 새로운 걸 볼 때마다 (즉 정보에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그걸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려니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듯 했다. 이 사슬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결정을 위한 내 잣대를 우선 설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 나아가 사진관 상품화 측면에 있어서도 ‘내가 뭔가를 하려고 했는데…’ 에서 ‘남들은 이런걸 하고 있고 시장은 이런 상품을 원할 것 같은데..’ 이 둘 사이 균형을 못잡거나 저쪽으로 치우쳐있던 내 생각을 보았고.. 이걸 내 쪽으로 물의 흐름을 가져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두번째는 자전거 타면서 안정적으로 카메라를 몸에 두르는 방법을 알게되었다.

세번째가 있을까? 그냥 쉰 것..

며칠이라도 그냥.. 그랬는데 어쩐지 예전처럼 사진이 잘 나오질 않아서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아 너무 내 사진을 안찍었구나?

이걸 돌리려면 다시 물을 부어야 하는구나..

아마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이 물붓기/물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사진관에 열중하는 동안 잠깐 일시대기 상태로 잠재워놨던 일들. 조금씩 다시 균형의 어느 지점으로 데려와야지.

오늘의 사진

찍으면서는 서둘렀고 조급했다.

뭔가 담아야 한다는 그런?

다시 볼 때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36장이 1롤이던 때에 통상 2-4컷 정도 베스트가 있었는데, 그 때보다 못한 느낌.

그리고 한번 찍을 때 zf의 특성을 아직 파악 못해서 뭘 놓칠까봐 3-4장씩 찍었다. 그것도 마음에 안든다.

디지털 현상 과정에서는 희뿌연 느낌에 천착해서 그쪽으로 컬러그레이딩을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랬네.

사진 순서는 랜덤이다.

멋있으려고 찍거나 내 사진은 이래야지 이런식으로 찍는 관념성인 이 상태를 좀 벗어나길 기다린다.

그러려면 어떻게? 매일 찍어야지.

매일.

매일매일.

지은아 매일.

우선 오늘 글 쓴거, 사진 정리한 거 칭찬하자.

스스로를 키운다.

혼자 스스로를 키우는 건 참 외롭고 밖에서 보기엔 우스울 정도로 모노로그가 전개된다.

스스로 내 안에서는 둘 셋.. 몇이나 분리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차를 두고 칭찬하고 응원하는 나와, 그걸 받고 이끌어가려는 나도 있다.

시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일전의 내가 무엇을 위해 의사결정을 기존과 다르게 했는지를 복기하며 그것을 수행한다.

나는 하나고 연속적인 기억을 갖고 있기는 한데, 사실 단 하나인지 모르겠다. 계속 업데이트 되는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다.

미래의 나에게 가닿기 위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려고 할까, 해야 할까.

그 가닿고자 하는 미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어떻게 살고 있나, 누구와 함께하나, 어디서.

파이가 떠나고 내가 잃은 게 무엇인지 이제야 알게되었다.

파이는 내게 부표였다. 망망대해, 부표를 잡고 그에 의지하면서 살았다.

지금은 부표가 없는 상태. 마음을 밧줄처럼 다루자, 매일 배를 건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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