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오늘 사진관 촬영 회고 (커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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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서 커플 사진을 처음으로 찍었다.

행복감이 보이길 원하셨다. 그게 어떤 이미지인지 미리 전달은 안되어 있었다.

그래서 핀터레스트 등을 참고해서 미리 베리에이션을 기획해봤다.

내가 모아놓은 베리에이션에서 남녀 위치가 바뀐 사진을 마침 레퍼런스로 보여주셨다.

두분의 특징이라면 여자분이 남자분보다 키가 살짝 더 컸고 팔다리도 더 길쭉했다.

포즈를 임의로 잡고 사진기를 바라보고 웃기를 반복하셨다.

좀더 친한 느낌, 부드러운 느낌, 두사람 간의 생동감이 잘 담기는 느낌으로 가기에는 정적이었다.

레퍼런스는 좀더 차분하고 우아한 느낌이라면 내 눈 앞의 두사람은 왁자지껄하고 좀더 깔깔대는 게 잘 어울렸다.

난제였다. 여기서, 저기로 어떻게 가지?

또 꽃을 작은 다발로 사오셨는데, 그게 사진에 나올 때에 어떤 기능을 하기에는 좀 작았다.

그러니까 사진 가운데에 있으면 안되고, 꽃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위치여야 했으며 사람들 사이에 파묻히지 않고 피사체 가장 위에 이불덮은 듯 가장 첫번째 레이어에 올라와야 했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므로.

더 꽃알이 컸다면 달랐겠지만 거기선 그게 한계였다.

가장 어려웠던 점

  • 포즈를 주문하는 그 자체. 나는 좀더 두분이 달라붙기를 원했는데, 그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내 언어적 주문에 의해서는 둘 사이 공간이 좀처럼 좁아지지 않았다. 두사람 볼을 더 붙여주세요~ 라고 해도 그랬다. 좀더 명확한 언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 사진에서의 거리감은 보이는 것보다 더 멀어보인다.. 보통은 그 부분이 잘 인지되어 있지 않은듯하다. 얼마나 더 붙어야하지? 확, 아주 확. 그것을 친절하게 디렉션하는 방법은?
    • 만약 방향이 있다면.. 아주 가까이 붙었다가 점차 떨어지는 방향이어야 할까? 점차 가까이 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까?
  • 촬영이 15분정도 걸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뒤로 갈수록 좋은 사진들이 쌓였다. 그런데 그 전환이 일어나기 직전에… 두분에게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해야 ‘행복감 넘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설명했는데, 그 시간동안 땀이 잠깐씩 삐질삐삐질 났다. 이 15분정도 촬영시간은 상당히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상대도 지쳤던 것 같다.
  • ‘두 분에게 행복감은 어떤 모습인가요?’ 락고 물은 뒤에 설치된 마지막 세팅에서 좀더 편해지셔서 왁자지껄한 행복이 담긴 사진이 나왔다. 어떻게 거기로 갔을까?
    • 긴장을 풀어주는 게 지금으로서는 내게 필요한 장치인가?
    • 두 분과 나중에 얘기할 때 “‘우리의 행복감’은 저런 정적인 게 아니라 우와~~ 이런 건지도?” 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게 핵심인 것 같다.
    • 사진 세션이 끝나고 가져가는 것, 나는 참여하신 분들이 사진 뿐만 아니라, 어떤 오래가는 질문 하나씩 가져갔으면 한다. 어제는 그게 ‘우리 버전의 행복은 무엇’ 이냐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 한편 세션이 어느순간 풀리는 그 시점, 그 때 나는 어떤 질문이나 디렉션을 했을까? 아니면 그분들이 어떻게 편해지셨을까?
    •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의도를 설명하며 스스로 이해했고, 또 지금의 제약을 짚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말했고.. 또 약간의 쇼처럼, 포즈가 휙휙 바뀌는 것을 흉내냈고..
  • …다시 한다그러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 처음 인사할 때 유저리서치하듯 제약을 먼저 설명하고 자유도에 대한 안내를 주기
    • 원하는, 하고 싶은 사진을 되도록 ‘사전에’ 받기. (훅 치고 들어올 때 당황한다.)
    • 아주 가까이 붙였다가 확 떼기, 점차 가까이 가도록 하기. 이런 방향을 정해서 실험과 관찰의 자세로 접근하기
  • 주지하고 있던 사실인데 어제 또 본 것
    • 모델이 사진기 앞에서의 경험이 적을수록 오히려 주도적으로 배치하려고 한다.
      • 지난번에 어느 상황에서도 그랬던 건데 참여자 분들의 어떤 주도자격인 사람이 서거나 딱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에 자 다들 이리로 와~ 자 포즈 다 취했어요~ 찍어요~ 이러면 나는 ‘어어??? ㅎㅎㅎ’ 하고 몇컷 찍는 체를 한뒤에 다시 잡는다. 주인공을 한쪽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삼각꼭지를 신경쓰면서 한명을 놓고 다음을 놓고.. 높낮이를 설계하고, 무게감을 앞뒤로 배열하고.
    • ‘평소처럼 내(우리)가 하는 대로 앉거나 섰을 때에 찍는 사람이 능력이 있고 공부를 좀 했으면 조명을 쓰면 평소랑 다르게 잘 나오겠거니’ 라고 은연 중에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하다.
      • 하지만 찍는 사람은 프레임 밖에 있고, 사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다.
      • 그러니 그 모습이 평소 찍는 것보다 잘 나오려면, 다르려면, 항상 하던대로의 포즈, 굳은 표정이어서는 안된다 (마치 브이~ 멈춰~ 같은).
      • 프레임 안에 담기는 내용이란, 결국 사람들, 그들이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스틸로 담길 뿐이다.
        • 공장식으로 사전구성된 포즈가 아닐 때엔, 자연스러움이 드러나기 위해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사진 한장에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낯선지도 모른다. 참을성과 집중력, 피드백 있는 과정이어야 한다.
          • 아, 내가 실수한 부분은 그 피드백인지도.. 모니터가 가까이 있으니까 피드백을 주도록 해보자. 다만 계속 모니터에 뜨면 시선이 분산되어서 안되고, 포즈마다 쪼개서 소세션으로 해보자. 피드백 루프가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를 쪼개고 기술적인 제어를 넣어보자.
        • 느낌단어로 지도해볼까? ‘다정하게 해주세요?’ 아니… 일반 사람들은 어떤 몸의 언어가 다정함을 말할지 잘 모르는 지도..
          • ➡ 그러니 우선은 질문하자, 묻자. ‘어떤 사진을 갖고 싶은가요?’, ‘그 단어하면 떠오른 모습이 뭔가요?’
          • 그냥 쉬운 걸 상상해볼까?
            • 과즙미가 좋나요? 제첩국이 좋나요?
            • (…) 휴….

새로 적용해 볼 안들

  • 촬영세션의 길이는 15분으로 확정해놓자.
    • 그리고 이것을 사전에 말하자. 자 어색해서 피곤할 수 있지만 몸도 표정도 관계도 사진기 앞에서의 긴장도 부드러워지려면 그정도는 해야해요. 라는 나의 생각에 따라.
  •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빙자한 유저인터뷰를 짧게 하자.
    • 그렇담 언제나처럼 인사하고, 제약을 말하고, 부족할 수 있지만 이렇게 헤쳐나갈 거라고.
    • 그리고 오늘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 전에도 물었겠지만 현장에서 또 묻는다.
    • 나는 어쩌면 길의 가이드이다.. 어색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 85mm 가 내보이는 두세네사람의 관계는 적나라하고 명징하다. 그 안에 냉기가 있다면 도망칠 수 없고, 온기가 있다면 티가 난다. 긴장했다면 픽셀도 굳는다.
  • 디렉션 공부를 하자.
    • 이건 어떻게 할 수 있을질 모르겠네.. 근데 어릴 때 현장에서 보았던 감독님들은 그냥 무한히 공부하셨던 걸까? 어떻게 ‘뭘 할지’ 머릿속에 있었을까?
  • 즉각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장비 연동을 구성해보자. 캐논… 그거 어떻게 하더라?
  • 이 모드가 몸에 익을 때까지 10분 대화 + 15분 촬영 + 5분 셀렉 + 20분 보정 = 총 50분 소요로 상품을 설계하자.


엄마가 이 프로젝트를 내가 시작한다고 했을 때 ‘회사나 다니지’ 라며 부정적으로 말했던 게 머리에 남아 있어서, 종종 이겨내는 데에 에너지가 쓰인다.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내가 회사생활을 다니며 분석한 코스트와 리턴은.. 나를 이해하지 않고 있는 [나] 바깥의 사람이 상식선에서 계산하는 것과 같을 수 없다.

회사생활 10년 가량의 경험을 통해 얻은 거라면, 결국 내가 기꺼이 하고 즐겁게 임할 수 있을 때에 긍정적 기운을 담아 매진할 수 있고, 그래야 더 결과가 좋을 거라고 ‘확신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이 내게 지금 그렇다.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노력과 고민을 더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수만가지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결과치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 나는 사진에 그 확신이 있다.

전력으로 몰두해도 아깝지 않으면서 결과물의 수준이 시장성이 있는. 이게 경제학 용어로 비교우위라며? 그 용어를 며칠 전 도시경제학 시간에 다시 들으면서 (아 어쩐지 산업조직론의 2차 수업인 것만 같지만.. 주제는 좀더 구체적이므로 다행이다.) 사진이 지금 내게 그렇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리도 할 수 있고 스타트업에서도 어느정도 일을 밀고갈 수 있지만 그 모든 일을 수행한 다음에 나오는 산출물의 수준 (재생산 시에 경험이 자산이 되어서 1회 시도할 때마다 프로덕트의 개선이 보장되느냐, 또는 바잉 시점에 경쟁력 즉 시장성이 있느냐를 포함)에 있어 사진이 그 중 최고가 아닌가.

물론 사람들 앞에서 긴장되지만.. 우리의 목적을 동일하게 설정한 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대화하고 조율하고 맞춰가고.. 그리고 그 과정의 변화가 즐거워서, 그리고 이렇게 내 인생의 시간을 사진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보낼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만드는 기쁨.

그 기분이 내 앞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토록 볼 좋은 사진이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지금 그들의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고 나는 그것을 잘 갈무리하여 프레임 안의 이미지로 담는다.

더불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들여 내가 고민하고 내가 제공할 촬영경험이 수준이 점차 나아진다면, 그 자체가 오거닉의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시나리오)

그러니까 충실하게 하고, 내가 걷고싶은 길 발굴해서 잘 걷자.

의심 따위의 부정적인 기운은 거기에 혼자 있으라고 놔두고, 나는 내가 갈 길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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