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사진관자리 바닥이랑 벽지를 철거했다. 오래 써서 더럽고 들뜬 바닥 데코타일을 뜯었는데 관리안된 건물 노후의 특이점을 그대로 보여었다.
- 미장이 없고, 대신 우레탄이 완전히 까져있었다. 그리고 아래 모래와 까꿍~ 인사. 나는 멘붕… 미장 자국이 없어? 뭐야? 뭐? 데코타일 뜯고 에폭시 바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건물이 이래서 미장까지 추가지출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냥 진행해도 되는 건가? 이거 그냥 봐도 엄청 축축한데?
- 반장님들 말씀으로는 바닥 누수가 우레탄 아래에서 있던 것으로 의심한다고, 한번 점검 하고 넘어가는 게 향후 문제에 대비하는 방안이라는 조언
- 이 얘기를 듣자마자, 지난 몇년 간 이 공간의 임차가 베이커리와 카페였다는 점에 미뤄, 나는 하수구에 밀가루가 굳어서 시멘트화(..이거 정말 싫다..)되었을까봐 매우 걱정되었다.
- 문제와 제언을 정리해 반장님들 의견을 임대인 측에 전달.
- 내가 임차한 2년 동안은 99%의 확률로 누수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그 전에 임차하신 세분에게 임대인이 확인했을 때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 이렇게 바닥 철거까지 하는 건 일을 너무 크게 가는 거 아니냐고 반응. 사진관은 OOO할 것 같아서 임대를 준건데 너무 까다롭다며 지금이라도 다른데를 알아보라고 하심.
- 하지만 바닥이 엉망인데 데코타일 철거를 안하고 장사를 할 수는 없었다.
- 계약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고. 그렇지만 바닥을 까서 안 문제인데, 음, 계약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을까?
- 만약 향후에 건물에 의한 누수 문제가 발생하면 적법하게 대응해주겠다고 정리해주심. 공사에 따른 월세는 일별로 웨이브 하겠지만, 영업적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으며 그 이상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적힌대로 민사소송 통해서 정리할 의지를 밝히심. 하수쪽 별도의 점검 없이 공사 진행으로 정리.
- 그런데 내 진정한 궁금증은 왜 시멘트 한가운데에 수분기가 심한 모래사장이 있는가이다. 대체, 왜? 누수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가? 원인이 무엇일까?
- 바닥은 반장님 말씀으로는 셀프몰탈을 하든가 뭐.. 어떻게 정리를…
- 벽체도 겹겹이 벽지가 발라져있는 상황이었다. 일전에 같은 공사를 했을 때엔 80년대 신문이 초배지로 나온 걸 봤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위에 또 벽지 또 벽지. 그리고 페인트칠… 안쪽은 습도차에 의한 곰팡이… 아휴… 천장 합판도 상태가 엉망이었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장사를 했던 거지?
- 지난 12년 동안 임차 상황에서 화장실 공사도 해보고 주방도 뜯고, 옥상과 벽체 누수도 해결하고, 어쩌다보니 꽤 여러 상황을 경험 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건물에 대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건물의 공간에 상주하는 임차인, 그리고 건물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 임대인 모두 상호 협업의 관계라는 점이었다.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양보, 협업이 만드는 빠른 일처리. 또 비용에 대해 투명하게 서로 공개하고 어느정도는 현장의 움직임에 대해 신뢰를 주고, 현장에서는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꾸준히 사진과 상황을 잘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우리의 목표를 해결하는 데엔 건물도 나도 상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여러 측면을 조금씩 열어 통로를 만들고 협력해야 했다.
- 이 과정은 내게 인내심과 더불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필 여유와 결국 여러 라우트를 통하지만 어느순간에는 해결되리라는 믿음을 길러주었다. 좋은 배움이었다. 그리고 해결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어른들이 보여주셨고, 간혹 이기적인 선택이 앞설 때에, 일의 결말이 그닥 좋지 않았던 점도 잘 배울 수 있었다.
- 프롭테크에서 일할 때에 여러 임대인 임차인 관계를 볼 수 있었는데… 임대인 측의 레비뉴 최적화 핵심교훈은 공실률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었고, 임차인 측의 비용 최적화 핵심교훈은 공간관리에 대한 협조적 태도였달까. 공실률 최소화는 다음 임대까지의 공실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현임차 리텐션을 강화하는 전략도 있다. 임차 측에서는 빌린 공간을 깨끗하게 쓰고 잘 다뤄서 신뢰를 주면 경험 많은 임대인은 다음 계약기에도 그를 선택(더 임차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 조건을 유지하거나 약간의 조정만 가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공실률(공실기간)을 낮춰서 이득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신규계약을 할 때마다 공간을 보수하는 것이 비용일 뿐더러 임차인 행동 프로파일 정보는 다르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 따른 피곤함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여러 자질 중 무엇이 임대차의 리텐션을 예측하는가?
-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각 파티의 상호협력적 태도, 그에 따른 이타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관계형성, 적당한 거리, 적당한 조율. 아이러니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할수록 리텐션은 낮아지고, 신규 계약마다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장기적 손해가 커진다. (임대쪽은 보수비용과 공실장기화 리스크 발생, 임차쪽은 이동비용이 발생. 한편 기러기가 많아지면 미디에이터인 중개사의 소득은 증가하지만, 매번 데려오는 임차인의 퀄리티나 계약전개에 따른 경험이 안좋다면 임대인도 그 미디에이터를 다음기에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겪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익과 이해집단일 경우 tit-for-tat은 진리이다. 먼저 협력하고 문을 열어놓는다. 단, 배신에는 배신한다.
-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무엇을 선택하는 데에 집중할지, 역할모델로 삼을 분들이 내 과거에 여러 형태로 계셨다.
- 지금은 임대차 양쪽 파티가 공조하기보다는 이 [문제제기를 한 임차인인 내가 문제 그 자체]인 것처럼 프레이밍되고 다뤄졌기 때문에, 마음이 썩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또, 건물이 노후할수록 더 돌봐야 하는데.. 그게 나이든 건물을 대하는 방법이야 하는데. 공간에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
- 한편으로는 엄마가 계속 말렸던 대로 노후한 건물을 매입할 때의 코스트를 생각해보게 된다. 임대인 쪽은 건물 매입의 의도가 재건축 때 (어떤 형태로든) exit하기 위한 거라서 건물유지를 위한 비용지출을 최소한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건물 너… 외롭겠다.
- 이 문제를 인센티브의 관점에서 해석해보자면 임대인 쪽의 의사결정과 비용절감의 의지도 이해는 간다. 매입 시점으로부터 10년 내에 수익화할 생각이고, 현재 기간의 절반을 지났기 때문에 보수를 하는 게 썩 의미가 없을 것으로 느낄 수 있다.
- 하지만 임차한 입장에서는 내 1-2년의 폐건강, 생업, 카메라와 장비들의 컨디션이 크게 달린 문제이기도. 대체 그 바닥의 시멘트 사이 수분감 있는 모래사장은 무엇인가? 사진장비는 예민하고 수리는 비싸다. 공간에 습도가 높으면 좋은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 이걸 잘 해결해서 공간이 여러 측면에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그 안에 오가는 사람들이 공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가꿔가야지..
- 사진관 준비와 최적화 과정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햇빛사진관 인스타계정을 생성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록한다.
인스타 핸들: @hatbit_sajink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