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 강렬하게 떨어져 내리는 볕.
그 공간에서 한계없이 움직이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영원한 평화가 있을 것만 같다.
착각이 든다.
삶이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한 순간 중 하나.















우리집 고양이 파이. 아침에 입원시키고, 한낮은 지금 나는 혼자 집에 있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파이가 방해해줬으면 좋겠다.
파이가 없는 삶은 앞으로 계속 이런 걸까.
읽다가도, 칼질을 하다가도, 밥을 입에 넣는 중에도
드문드문 말이 나오고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툭툭턱턱 가슴을 친다
너무 일러요. 내 키가 이렇게 큰데 동동 구르는 발을 느껴보면 나는 딱 그 발사이즈만큼 쪼그라들어있다.
아직은 아니에요 하느님 너무 일러요 하느님 아직은 아니에요. 혼잣말을 한다.
몇년 전 친할머니 장례식장 맞은편 빈소, 어느 밤을 떠올린다. 20대 초반 젊은 아이들끼리 놀러나와 사고를 당했던 걸까. 그 아이의 엄마이나 보호자인듯한 여성이 와서 아이들을 잡고 말한다. 이거 거짓말이지. 이거 거짓말이야. OO 아직 살아있지 그치. 거기에는 의심이 없었다. 드라마도 아니었다. 그냥 그건 받아들이기 전의 어떤 과정.
나도 그 과정.
이거 거짓말이야, 그럴 수 없어. 파이는 다를 거야, 지나갈 거야. 앞으로도 계속 살텐데 그냥 지나가는 고비야.
하지만 수치는, 파이가 보여주는 행동은 내 기대가 현실화 되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니야 그래도 나는 믿어. 파이는 나을 거야.
이런 불인정과 모순과 모든 생각을 담은 머리.
눈을 돌려 강렬한 햇빛, 오후 세시 반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 너머를 본다.
오늘은 살아있잖아.
이따 퇴원시키면서 뭘 할지 생각해보자. 아직은 곁에 있다.
오늘은 함께 햇볕 아래에 있을 수 있어.
우리가 이 위기를 잘 지나가도록 도와주소서, 우리가 승전보를 울릴 수 있도록 살펴주소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승리.
파이 오늘 퇴원한 뒤에, 집에서 사료 파우치 반팩(약 35g가량)을 냠냠냠 했다. 귀엽다. 얼마만인지, 이렇게 먹는게. 진통제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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