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장례 끝.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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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 작업시간은 외할머니 장례식 사진을 정리하는 데에 썼다.
  2. 외할머니 장례식 사진은 가족들 얼굴이 나오므로 웹사이트에 올리기엔 적합치 않다.
  3. 금요일부터 꼬박 나흘. 일주일 여행을 다녀온듯한 피곤함.
  4. 앞서 다른 조부모의 장례를 포함해 이번까지, 나는 친구들을 부르지 않았다. 왜지?
  5. 아직 답을 솔직한 마음으로 할 수 없다.
  6. 이성적으로는, 장례는 직계의 이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7. 이번 장례에서 나는 노동자였다.
  8. 다른 사람이 임종 전에 쉴 수 있게 그 사이 간극을 메우는, 할머니의 몸을 로션을 닦고, 눈이 떠지도록 유도하고, 직계들의 미처 정리되지 않은 안녕의 말을 대신 해주는.
  9. 그리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다녀오는.
  10. 조문을 받을 수 있게 식음료 홀에 나가서 서빙하고 먹은 자리를 치우는, 입관을 갈 수 있게 빈소를 지키고, 방문객의 신발을 정리하는.
  11. 그리고 새벽에 집에가서 과제를 하는.
  12. 아침 장례미사의 사진을 찍고, 버스에서 화장터에서 장지에서 이벤트마다 연도와 창을 하는. 저녁 외갓집에 모여앉아 다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돈계산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계란 몇개와 고구마를 먹는.
  13. 다시 저녁 수업을 가는.
  14. 친척이 손님과 떠들고 먹은 자리를 뒷정리도 않고 다른 테이블로 가서 또 떠드는 걸 보면 나는 왜 불공평하다고 느끼는가. 친척이 손님을 데려와서 내게 일방적인 말투로 밥 좀 차려 여기 밥 좀 챙겨, 라고 하면 나는 왜 무례하다고 느끼는가. 친척이 데려온 손님이 상복입은 나를 하대하며 서비스 노동자 취급을 할 때 나는 왜 화 나는가.
  15. 불공평하고 무례하며 화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치담론을 식탁 위로 갖고 와, 여야의 민주성이며 어느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시스템의 미래와 개선을 떠들어댈 때, 그것이 내 귀에 꽂혀 그들의 행동이 일으킨 내 부정적 감정의 층위를 가로지를 때, 나는 그들의 대화가 위선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저 계획은 실패할 거라 생각한다. 실천 없이 말 만으로 쌓은 성에는 실체가 없다.
  16. 그렇지만 이 모든 활동을 하는 내게 (우스개인지) ‘알바’와 ‘용돈’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감내해야할 일이 된다. 알바와 용돈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감내한다.
  17. 그게 더 짜증난다.
  18. 짜증나서 장례가 끝나고, 외갓집에서 나와 저녁수업에 가는 길, 지하철, 거리, 엘레베이터에서 울었다.
  19. 끅끅대며 서럽게 울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멈출 수 없이 울었다. 이유를 댈 수 없다. 외할머니가 나를 두고 우지, 수도꼭지라고 놀리던 일이 생각났다.
  20. 사실은 대강의 이유를 댈 수 있다.
  21. 외롭기 때문이다. 어느 집엘 가도, 나는 내 몫의 가족이 없는 깍두기이다. 우산이 없이 비를 다 맞으며 컸다. 그럴 때면 그 집의 어른들, 즉 나의 친외조부모에게 기댔는데 이제 내가 걸터앉아 부스럭댈 나의 잉걸이 없다.
  22. 스물 둘, 나의 가장 큰 정신적 지원자였던 친할아버지로 시작해 10년 남짓한 시간동안 네 분 모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떠나셨다. 그러니 오늘 내 인생에 쉼표를 한번 찍은 셈이다. 또는 줄바꿈.
  23. 내 책임은 아니나 내게 주어진 환경이 이끌어낸 비참함과 개인이 갖는 자존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나를 너무 일찍 애어른으로 만들었다.
  24. 서투른 시절 여러 실수들을 통해 나는 어떤 적당함의 범주로 수렴되었다. 환경탓을 하며 자존심을 부려 스스로나 다른 사람이나 여기저기 찔러대는 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너무 어려웠다.
  25. 그래도 시간이 지나 컸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내며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는지.
  26. 나는 아직도 다섯살, 열두살일 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27. 그렇게 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28. 이는 모두 잠깐의 인상일 수 있다. 슬픔에 빠져 울다보면 눈이 붓는 만큼이나 비통함에 머리가 절여지는 듯 사고능력이 일을 멈추는 느낌이다. 운동 후 피로로 종아리가 붓듯, 뇌도 마음도 물로 가득찬다.
  29. 자기연민을 멈춰야 해.
외할머니 장례미사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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