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114 에서 시킨 과제: 엽서로 다룰 테마를 추리기
뒷산 걷기
남산에 올 초 새로 뚫린 길이 있어 저녁되기 전 걸으러 나섰다. 작년 말부터 눈여겨 본 곳으로, 남산의 동북쪽에서 정상을 향해 데크계단을 올렸다. 해가 잘 닿지 않는지, 계단 양 옆으로 눈이 녹지 않았다. 해가 점차 사라지는 저녁 5시 반… 반얀트리와 신라호텔이 내뿜는 인공광을 등지고 그저 저 위를 향해 슥슥 걸었다.
눈 앞의 세상은 회색필터를 낀 고동색 또는 흰색으로 보였다.
조용하게 데크를 차올리는 소리만 들린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한 계단이었다. 아래를 보고 걷다보니 계단 구분을 위해 설치된 형광 녹색 테이프가 착시를 일으킨다. 발치로 시베리아 고양이 같이 생긴 애가 하나 빠르게 지나간다. 시내 쪽을 바라본다. 저 넘어 호텔이며 길거리의 차로부터의 빛이 산란하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남산 정상의 버스정류소를 거쳐 도서관으로 내려간다. 완전히 해가 졌다.
그리고 내 생각은 점점 한 곳을 향해 간다. 천천히 생각하며 한시간 반 가량 걸었다. 요약해보자.
내 작업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우니, 둘로 나눠보자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 이 사진엽서 작업의 초반은 새로 기획해서 찍는 것보다, 있는 사진으로 엮는 것에 중점을 두자. (꽃은 다음에..)
왜냐하면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결국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사람인지, 무엇을 찾아 다녔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지향성을 이해하는 게 선제되어야 다음 작업도 기반이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는 사진 라이브러리가 딱 하나의 주제로 안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다.
1이 최선이면 차선은 2이다. 양분한다면 어떻게 나눠볼 수 있을까?
자연-안정감-안전지대-행복감…
도시-사람-생활력-다양성…
이렇게 갈라볼 수 있다. 꽤 대조적이네.
이 양립한 테마가 나를 설명하는 것일 수도 있나
이 대조된 두 영역은 마치 어린시절 내가 자랐던 환경차이랑도 비슷한 것 같다.
내 사진들은 대체로 이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모습이다.
또는 도시 안에서 자연을 발견하는 느낌?
돌아보니 여행사진 페이지를 작업할 때 한쪽으로 몰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적으로 사람 사진만 올렸던 것 같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은 주로 자연모습이다
그러니까 나는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특징 하나를 정하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뺐구나. 혼재되면 되려 중구난방으로 보일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둘로 나눠보니, 이 대조성 자체가 하나의 주제일 수도 있겠다.
사진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
어느 친척어른이 이 웹사이트를 보시곤 ‘의미없네’라는 평을 한 적이 있다. (아직 내가 이 말을 신경 쓰는구나)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이렇게 사진들이 ‘그저 무작위적인 것처럼 놓여 있다면’ 그렇게 충분히 보일 수 있다.
그러니 이 사진들을 꿰어서 의미를 찾아보자. 억지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다’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이런 구성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까? 이런 생각은 지금은 하지 말자.
이 작업은 내가 사진기를 통해 탐색하던 것, 나라는 작업자가 직감적으로 잡고 싶어하고 욕망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작업목표를 두자.)
#114에서 지정한 할 일 목록의 현황
1) 다루고 싶은 테마를 생각나는대로 추린다 (내일 일요일에 이거 해라)
2) 그 테마 중 ‘먼저 할 것’을 고른다 (월요일 작업 시간에 이거 해라)
3) 그 테마에 맞는 사진을 몇 장 추린다 (화요일에는 이거)
4) 그 중에 연초에 주고받기 괜찮은 사진을 고른다 (수요일에는 이거, 그리고 편집해서 맡겨라)
5) 그 사진을 왜 좋아했는지 생각하며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쓴다. (다다음주에는 이거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