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콘 35mm였는데, 이 방콕 여행에서 무지개 플레어가 여러번 생겼네. 이렇게 된 거 살려보자. 무지개가 어린이 용품 소재로 많이 차용되어서인지 어디서든 공중에 뜬 무지개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마음에 산사태가 나고 있는 상황에도 무지개가 닿은 그 순간만은 모든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것만 같다.
미셸르 방키앵(2023)의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김수영 옮김, 프런트페이지 출판) 을 재밌게 읽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서 중단했는데 자꾸 마지막 부분이 머리에 맴돈다. 이것도 읽고 다른 것도 읽고 새해 엽서를 골라야지.
“바다를 볼 때 발생하는 시각적 자극과 바다의 소리를 들을 때 발생하는 청각적 자극이 뇌파를 동기화 시킨다. 바다가 규칙적인 소리와 물빛의 광경을 만들어 내기에 우리는 바다 앞에서 그토록 안정을 느낄 수 있던 것이다”
“인간이 이완된 상태나 회복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진동수가 필요하다. … 반복적인 소리로 의식상태의 변화를 꾀하는 발상은 인류 역사에서 오래되었다. 중심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거행되는 샤머니즘의 의식에는 규칙적인 리듬, 북소리, 박수, 노래 그리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흔들리는 불빛이 동반되었다.”
“고요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의 존재를 최초로 증명한 사람은 … 한스 베르거이다. 베르거는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기 활동이 예상과 달리 무질서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며, 사라졌다 다시 활성화되기를 반복하는 일종의 파도와 비슷하단 파동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알파파라고 불리는 평온한 상태에서의 뇌파는 진동수가 초당 10회에 달한다. 인간이 쉴 때도 뇌는 뇌파를 일으키고 있다.”
나는 복잡한 시내에 나갈 때면 작가가 말한 바다 대신에, 수영장 한가운데에 혼자 서있는 느낌을 상상한다. 배와 등을 감싸는 수영장 물의 느낌, 아이스바처럼 밝은 하늘색의 물이 내 움직임을 반영하여 약간 출렁이고, 또 물이 물에 부딪히며 찰박이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곧 수영장의 타일 벽에 부딪히며 저 천장까지 올라가며 반향된다. 소리의 색 또한 아이스바처럼 옅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벽타일과 천장자재 사이를 유영하는 소리에는 어쩐지 그림자와 밝음의 명암비가, 가볍고 무거운 양감이 담긴다.
나는 온 몸의 감각으로 그 공간을 상상하고, 긴장감을 식힌다.
일종의 안전기지이다.
책에서는 바다만 설명하였는데, 내 생각엔 바다이든 수영장이든 조용하게 위협없이 관조할 수 있는 물의 세계를 안다면, 언제든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도로는 친해졌다면 그 효과는 비슷할 것 같다. 안전기지를 바라는 것이라면 말이다.
거기에 부드럽게 떨어지는 결 좋은 햇빛과 그것이 물방울과 유리를 통하며 만드는 무지개가 있다면, 그 마음엔 평화가 일렁일 것이다. 그야말로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