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폭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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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과 사진의 연결고리에 대하여.

며칠 전 ㅎ쌤과의 대화 중에 “어떠한 감정이 들 때, 그 상황을 간직하고자 사진을 (잘) 찍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에 대해 말씀하신 게 불현듯 생각났다.

음, 질문을 소화하는 데에 오래걸렸지만 먼저 나의 경우.. 그런 기대가 별로 없던 것을 우선 알게되었다. 나의 슬프거나 기쁜마음을 사진으로 표현할 생각을 별로 안해본 것 같다. 상황에 따른 내 감정은 기억에 담는다, 다만 상황은 사진에 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나고, 종종 주변 상황에 의해 어떤 감정이었는지도 어느정도 다시 올라오곤 한다.

때문에 내 사진의 톤은 감정적으로는 평이하고, 대체로 내 감정 상태와 개별적인 것으로 대개 안온하다. 약간의 으스스하거나 미스터리한 느낌을 갖는 구도로 찍는 경향이 있지만 이건 약간의 트위스트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눈 앞 상황을 찍을 때엔 거기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성공하는 듯 할 때에 요즘은 대견함을 느낀다. 마치 시야가 확장되고, 눈에 담은 것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동화감이 있다. 그럴 때엔 내 당장의 기분이 어떠했는지와 상관 없이, ‘좋은 상태로’ 간다. 세상의 모습을 잠시 주의깊게 보았더니 감동으로 김이 서려져, 내 흐렸던 마음의 창이 닦인다고 썼더니 너무 감성이 흐른다. 그래도 그게 맞는 듯 하다.

잠시라도 집중해서 사진을 찍고 나면, 수영을 다녀온 것처럼 리부트 되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오늘 산책 사진은

2) 나긋한 석양의 흔적, 곧 이어 찾아온 폭설의 밤이다.

오늘 눈은 바람을 타고 눈 앞에서 또 머리 옆에서 오는 바람에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눈을 거의 감은 채로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 집에가서 요리할 것들을 머리로 되뇌었다.

오븐에 따뜻하게 구운 사워도우 빵의 한면에 고트치즈를 바르고 레몬절임을 올린 뒤 한 입 베어 문다. 그리고 주물냄비에 자작하게 끓여낸 미네스트롱을 후후 불고 꿀꺽. 그게 집에서 누릴 나의 호사이다, 자 이 눈을 스쳐가며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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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과 두려운 것이 하나씩 있다.

3) 원희언니의 UX Research Playbook이 출간되었다.

언니가 책 작업하는 걸 원거리로 조금은 돕고 또 보면서, 나도 내 작업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 같다.

결국 해낸 언니가 자랑스럽다. 책 링크는 여기. (+놓치지 않고 내 이름도 발견하였다!)

4) 두려운 것. 우리집 고양이의 형제들이 아프다

심장병으로 다들 고생하고 있고, 한 아이는 위독하다고 한다. 우리집 고양이는 작년 검진 때까지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얘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남은 시간은 줄어든다. 필연이다.

그럼 최종적인 후회를 낮추기 위해서는 시간당 질을 높이는 노력으로 메꾼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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