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22년 8월 제주: 가족여행에서 사진찍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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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에 대하여
    1. 혼자하는 여행과 가족 여행의 차이
    2. 여행지의 모습이 변하는 요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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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하여

혼자하는 여행과 가족 여행의 차이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재밌고 신나는 일이다. 나만 빼면 다 새롭고 다르고 나와 관련없는 모습이고, 관광지만 잘 피한다면 대체로 주변 모든 것이 신선하다. 그런 현상을 즐기다보니, 탐방하고 모험하듯 아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아무 곳에나 내려 걸어다니기를 놀이처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곳만의 모습을 본다. 나의 여행은 이런 식으로 땅을 밟아가며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한편 기동성은 높으나 방문지가 제한되는 가족여행에서는 내 식대로 하며 뭘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족과 있는 시간은 귀하니까 거기에도 집중하고 싶지만, 또 사는 곳을 떠나왔으니 주변 현지생활의 모습이나 특기할만한 자연환경도 좀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가족이 좋아할만한 유적지나 관광지를 가는 만큼 그냥 정처없이 걷고 산책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카메라를 들만큼 집중하고 몰입하는 일이 얼마 없다.

그래서 이런 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동행인의 모습이고, 그것이 아닐 때에는 하늘이나 바다나 눈 앞에 단번에 보이는 대상들만 있다. 좀더 긴/깊은 호흡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거나 경외감을 느꼈거나 잘근잘근 씹어가며 생각하거나 고민하지는 않았던 사진들이 거의 대다수이다. 또 이런 때에 인물사진이라도 찍게되면 그래도 잘 나온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모습을 빠르게 여러번 찍기 마련이라 거의 비슷한 모습이 수십장 반복된다. 그런 사진을 훑어볼 때면 스크롤을 빨리 내리면서 피하려고 한다. AI가 골라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다시 보며 분석하고, 다듬고, 이야기를 발굴하고, 세상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 리뷰시간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활동이지만, 이런 때에 찍었던 사진은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별 생각 없이 셔터를 대충 눌렀던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속이 상한다. 이런 현상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촬영은 내게 어느정도 긴 시간동안 혼자 걷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고갤 들어 앞을 보고 고민하고 찍는 것이 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될 수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마 직장인으로 사는 기간에는 촬영이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의 모습이 변하는 요즘에 대해

가족여행을 가면 방문일정을 짤 때, 보통 많이들 간다는 관광지를 들르지 않고는 잔소리를 먹기 일쑤이다. 대체로 실망하지 않을 법한 장소를 찾게 되니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을 간다. 이런 곳에는 돈을 벌려는 사업들도 모이기 마련이고, 거기엔 대형 자본이 움직이는 프랜차이즈도 빠질 수 없으니 그러면 여기가 서울인지 전주인지 경주인지 제주도인지, 한국인지 일본인지 태국인지 딱히 다르지 않다. 습도나 온도와 같은 환경적 차이도 그곳이 실내라면 에어컨이 잘 조정하여 어디든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밥집 찾기나 숙소 예약에서도 반복된다. 찾기 쉬운 정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관광객들은 서로 만난다.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데, 거의 핸드폰을 각자 보고 있다. 이들을 주변으로 스윽 걸어보면, 메신저로 대화하고 있거나 게임을 하거나 게임영상을 보거나, 유튜브나 쇼츠를 보고 있다. 무서운 것은, 어른들도 아이들도 우리가족도 다른가족도 쇼츠 스타일의 영상보기를 시작하면 거기서 눈을 안떼고 쉬지도 않고 같은 자리 오랜시간 망부석처럼 앉아서 본다, 집중해서 본다. 모두가 “열심히” 본다!

이 모습은 핸드폰 액정에서 국숫가락이라도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엔 뱃속에 넣는 정크푸드가 몸에는 나쁜데 맛있어서 계속 찾는 그런 거였다면, 요즘 세상에서는 머릿속에 넣는 정크인포가 그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아닐까. 이걸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아주 작은 디스플레이를 꼭 쥐고 눈을 떼지 못하는 그 모습이 꼭, 그 디바이스에게 영혼을 빨리고 있는 것만 같다. 혹시 디바이스들이 사람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빨아들여서 어디에 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있자면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 이렇게 진화하면서 더 얇은 지식을 갖고, 더 빈약한 지혜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되면 어쩌지.

이런 모습은 국가나 도시나 장소에 관계없이 어디에서고 요즘은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새 작업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아주 감탄하고 경외감을 느낄만한 장소 앞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쇼츠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시리즈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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