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침수의 날
- 정전으로 사무실에 갇힘
2022년 8월 8일, 한참 야근하던 저녁 8시 반 경, 잠깐 라운지에 물뜨러 나갔는데 어필리언스들 전원이 먼저 나가더니 곧 층 전체 불이 꺼졌다.
바깥을 보니 우리 건물만 꺼진 것이다. 멀리서 보기에 엘레베이터 룸의 층 안내 패널도 불빛이 없다.
인도에서 이런 일은 하루에 서너번이라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핸드폰이 없이 나온 것이라 움직이는 것은 위험해서 건물의 비상전력 공급장치가 작동하기를 기다렸다.
5분이 지나도 전력이 돌아올 기미가 없어서 더듬더듬 오피스로 돌아갔다.
랩탑은 쓸 수 있었지만 모니터도 와이파이도 모두 나가서 일을 멈췄다.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 5인의 어둠속 맥주회가 결성되었다.
2. 상황파악과 탈출
사무실의 큰 창을 덮은 블라인드를 올려 코와 이마를 바짝대고 강남대로와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가 침수되어 찻길 인도 할 것 없이 아수라장이었다.
10시까지 기다렸다가 비상구가 열리자 걸어서 내려갔다.
택시를 지하주차장으로 부를까 해서 상황을 보러 내려가봤더니, 가히 엘레베이터 룸은 부둣가에 가까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차량은 정박한 요트인가.
엘리베이터 주변의 3면이 유리로 막혀있는 구조였는데, 유리 너머로는 내 허벅지까지 채운 구정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주차장 출입구 쪽을 올려다보자 강남의 사이니지 불빛을 반사하며 더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설비실이 아마 물에 고장이 난 모양이었는지 비상전력 공급장치가 작동을 안했던 것이다.
1층으로 걸어 나가자 후룸라이드의 물길처럼 좁은 골목들에서 물이 쏟아져나와 상대적으로 큰 이면도로에 모이고 있었다.
물길의 힘이 대단했다. 우리 건물의 주차장 출입구 쪽을 지날 때에는 물에 밀릴 듯 했다.
종종 하수구 패널이 들려있는 곳에서는 소용돌이가 보였다. 너무 위험했다.
3. 이타성을 실천하는 사람들
버스를 타야하니 강남대로로 나갔다.
세상에, 도로에 물이 가득하고 도로에 차가 인도 위 사람보다 많았다.
그 와중에 ‘일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1) 강남대로 주변을 걸으며 담배 뭉탱이 같은 거대한 쓰레기를 물 아래에서 건져올려서 비닐봉투에 넣는 50대 아저씨. 그가 지나간 자리엔 물이 작게 소용돌이 쳤다.
2) 망가진 도로 옆에서 수신호로 교통을 정리하며 버스를 움직이게 하는 40대 호리호리한 남자.
나는 집에 가는 것보다 이런 상황을 관찰하는 데에 더 큰 흥미를 느껴서 버스정류장에 서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1시간여 정도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각기 일을 하는 동안, 물은 줄었고 (비가 좀 그쳤다) 길을 가득 채웠던 차는 다시 움직였으며, 사람들은 그와 함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종종 이 사람들이 생각난다.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을 작은 단위에서 부터 알고, 잠시 몸이 불쾌하고 손이 더럽혀지더라도 그걸 수행하는 사람들.
덕분에 귀가할 수 있었다. 또 내 행동에 있어서도 개선하는 데에 참고가 된다.
감사하다.
내일은 드디어… 22년도 여름 여행사진 리뷰하고 편집할 차례다! 신난다 기대된다.
그러니까 기말과제 미루지 말구, 얼른 해야겠다.
투자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식이 자꾸 엉터리로 스쳐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