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짝 추워져서 소파커버 안에 들어간 파이

그냥 고요하니 이뻐서

회색 양복 차려입고 맞담배 피는 장년의 두 남자

빛을 받은 아크릴 벽이 보여주는 식물과 차량

비온 뒤 거미줄

10월 오후 3시의 그림자

오후 3시 빛이 이뻐서. 색상보정 후에 보니 E100VS가 생각났다.

오후 5시의 빛

꽃과 벌

요즘 원두사러 들르는 카페. 여자직원 분이 취향기억을 매우 잘해주신다.

일주일 중 제일 정신적 소모가 많은 화요일이다. 별도로 산책하지는 않고 학교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화요일은 피아노 한시간 연습 후에 한시간 레슨을 받고, 식사와 휴식하고나서 거시경제 관련 두 과목을 잇따라 듣는다.
피아노는 여전히 뇌와 손이 따로 운동하는 것 같지만, 점차 악보와 달리 손가락이 키를 잘못 누르려고 할 때 그 유혹을 이겨내는 내 뇌가 있다. (웃고자 써놓는다) 둘의 페깅 속도와 수준은 연습량이 결정하는데, 얼마 전에 산 모니터용 헤드폰이 괜찮아서 기대해봄직 하다.
거시경제 두 과목 모두 오늘 우연히 금리정책에 대해 다루었다. 정보가 교차되는 만큼 프레임워크에 친숙해졌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까먹는다.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롭다. 문법체계가 다른 외국어 같다. 피아노 악보를 외우는 것 같다.
코딩공부랑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피아노가 좀더 어렵고, 그보다는 경제학이 더 어렵다. 코딩은 어떻게 하든 산출이 되는데, trial and error 모드로 거듭되는 학습을 통해 세련됨을 얻을 수 있다. 피아노는 인풋정보에 근거해 내 근육을 제어해야 산출이 올바로 되는데, 그 산출은 곡의 지시와 나의 해석의 결과물이기도 해야하며, 근육기억의 오류를 막기 위해 trial and error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이다. 한편 경제학은, 산출의 형태는 제쳐놓고 인풋되는 정보의 뭉뚱그려진 제약과 학문적 경직성을 받아들인 뒤 그 안에서 나름의 살길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제일 어렵다, 이 econs의 동네에 trial and error는 있을 수 없다.
경제(학)는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이다. 이쪽은 물가나 고용같은 자신네 영역의 안정성을 유지한 채 그래도 나아지기 위해 아주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준의 테스트를 반복한다. 보수적이며 진보적이기란 얼마나 어려울 일인가. 매우 느린 속도이나 항상성은 분명히 있는데,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나 모바일앱 실무 쪽의 속도감과 비교하면 토끼가 거북이 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정책이나 이론화에서 한걸음을 뗄 때마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그런 무게감의 배경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세상이 어느 다른차원 유니버스의 실험판이라는 SF적 상상같은 가설(링크; Scientific American)도 수긍되는 면이 있다. 직접 정책을 시험해볼 수 없다면, 유사 사회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는 결과가 설득력이 높을 것이다.
기본적으론 피아노와 경제학 모두 재미있다. 언젠가는 사진만큼이나 편안한 나의 언어가 되길 바라는 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