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이로워하고 놀라워하는 말랑함, 연약한 마음에 건강한 경계를 씌우는 연습, 단단한 나의 중심을 신경쓰는 주의력, 이번 가을에 나는 그런 것들을 잠깐 잃었다.
이들은 거의 내 것이 된 듯 하다가 무슨 일이든 터지고 한번씩 얻어맞고 나면 기억에 흔적만 남아있고 당장 오늘에는 없다.
마치 휴양지에서 잠깐 가졌던 모래, 바닷물, 햇빛을 일하는 중간에 섬세하게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아주 멀고, 내가 그랬었나 싶다.
시간과 노력으로 쌓으려 했던 것들이 흩어지고 무너지고 바스라졌지만, 그 원인은 대체로 내 욕심과 조바심에서 기인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뒤집힌 땅강아지처럼 버둥이기 보다, 나에게 이로운 길을 깨닫고 알아채길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있다.
나의 성정의 제 역할이 가능한 환경, 노력의 결과가 내 몫으로도 돌아오며 그 경험이 다음시도의 밑거름이 되는 일, 마음 놓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 내 삶의 방향이 될 목적과 그 조각들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하나하나는 내 안전기지를 이룰 벽돌일 것이고, 지금은 그 요소들을 찾아내기 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충분히 고민하고 숙고할 수 있도록 조급함을 내려놓는 편이 좋다. 어차피 당장에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과 오늘, 또한 오늘을 조금 느슨하게 살며 버티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무한한 것처럼 낭비하고 걷고 달리고 여행하고 그냥 쓰고 그렇게 있어본다.
진흙밭에서 누군가 꺼내주든, 공을 들여 스스로 조금씩 나오든, 살아있다면 항상성은 작동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