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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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초록(식물) 사진으로 위안, 평화, 편안함, 쉼, 환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초록에 입체감과 생명력, 화사함, 해사함을 부여하면서요. 그런데 휴식이나 이완의 목적으로 사진을 보면, 사람이나 인공물이 프레임에 있을 때에 꼭 노이즈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자연과 사람, 도시가 한 프레임 안에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듯한 조화로움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동안 헤맸습니다. 식물이나 나무의 고운 결이나 존재의 아름다움, 그들을 삶의 곁에 두어 우리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하거나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러다 어느날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진에서 나무가 주인공인가?” 사진을 살피다보면 나무의 역할은 사진 속에서 크게 둘입니다. 도시의 주변부이거나, 그 스스로 주인공이거나. 많은 경우 나무는 주변부에서 풍경으로 자리했지만 때로 저는 나무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담으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생각 프레임의 중심을 변경하자, 셀렉의 프레임도 바뀌었으며, 사진에서 주변의 정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진행하는 중에는 나무가 들어간 도시의 풍경과 나무가 주인공인 사진으로 나눠가며 사진을 골랐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셀렉 때에는 이 생각의 흐름에 맞추어 온전한 초록만 보이는 프레임만 남았지요.

작업의 과정이 종료된 지금에 돌아보자면, 저는 초록을 통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위안, 평화로움과 쉼의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처음에 자연물 중에서도 식물이나 초록이 우리의 삶 속에서 기능하는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작업의 시작은 ‘어떤 효과를 내고 싶다’는 의도였으나 막상 ‘그 효과를 받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찾고 있어 셀렉 과정에서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그렇지만 골몰하며 산책하고 나무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점차 초록들끼리의 상호작용이나 초록과 다른 자연물의 관계를 조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좁혔습니다. 이렇게 전체 셀렉과 일부 신규촬영을 종료했습니다.

아래는 선택된 사진입니다.

작업후기

작업하는 동안 인간과 도시와 초록의 관계와 그 상호작용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리즈입니다. 나무를 아낀다고 생각했으나, 이 작업을 하기 전까지 나무를 주인공으로 두고 풍경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는가 자문했습니다.

시각을 조금 다르게 하여 나무 중심으로 눈 앞의 세계를 살피자 우리 인간은 매우 조그마하였고, 이 세계의 영속성에 있어서 그 영구적 거소증을 가진 무리는 마치 자연물인 듯 보였습니다.

상호작용과 크기의 관계를 인식하자 산도, 개별의 나무도 그 전과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릎께의 작은 나무와 제가 고개를 올려다 봐야하는 저 큰 가로수나 산의 나무 사이, 그 비례를 고려한다면 우리 인간은 식물 앞에선 곧 개미와 다르지 않지요.

이런 시각에서는 우리 인간이 이 세계의 주인이라는 듯 땅을 개발하는 일련의 활동이 얼마나 일시적이며 임시적인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참고링크:: 초록의 평화 작업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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